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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Sep 12. 2023

남편이 막노동을 나가기 시작했다.

비혼주의 말고 결혼주의자










새벽 5시쯤이면 알람이 울린다.

샤워를 싹 하고 작업복을 챙겨입고, 팔토시에 모자를 눌러 쓴 남편은 투박한 신발을 덤덤하게 신으며 현관 앞에 선다.


그 소리에 나도 비몽사몽 눈을 떠서 퉁퉁 부은 얼굴로 잘 다녀오라며 배웅을 한다.

새벽에 홀로 짐을 짊어지고 나가는 그 어깨가, 뒷모습이 서글퍼지지 않도록 말이다.


막노동을 하려면 우선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건설안전교육은 5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하루 몇 시간을 듣는데 꽤 지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여성분들도 많이 오신다고


그 교육을 받고 나서 근처 인력사무소에 연락해서 일을 나가든지, 직접 구직활동을 하든지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인력사무소는 10퍼센트의 수수료를 떼어 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직활동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다.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날 그날 현장 상황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것이고, 어떤 날은 일이 쉽고 마치기도 빨리 마치는데 일당은 똑같이 받아오는 날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체력 소진 난이도는 상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특히나 지금처럼 무더운 7,8월에는 더욱 그렇다.





남편이 일터로 나가고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동네 건물 짓는 아저씨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아이템이 그들의 더위를 그나마 덜어주고 있는지.

세상에는 다양한 일이 있고 타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직종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라는 마음도

들면서 한 켠이 묵직해진다.



대체로 4시에서 5시 사이면 일이 마무리가 되고 집에 돌아온다.

흙먼지 잔뜩 뭍은 작업복에 가지고 간 수건은 물이 아니라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그의 얼굴은 익어서 빨간 사과가 따로 없다.

팔은 토시를 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검은색 파티용 장갑을 낀 것 마냥 아주 새카맣게 타버렸다.


대자로 누워 뻗어버린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더운데 진짜 고생했어. 내일은 왠만하면 일 나가지 말고 쉬어." 라고 한마디 건내며 그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트에 갔더니 오이가 2개에 970원 하더라.

감자칼로 얇게 져미듯 깍아서 얼굴에 하나 하나 붙여주고 손등에도 팔에도 붙여준다.

이걸로 작은 위로와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지금이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거야.

나중에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행복했던 기억이 되면 좋겠어.



없던 코곯이가 생긴 그의 곁에서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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