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 말고 결혼주의자
내가 20대때에 도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온다.'라는 말을 듣고는 무슨 종교처럼 믿고 살았다. 왜냐, 그런 느낌을 준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
내 남편을 소개받던 날, 이제와 말하기 참 쑥스럽지만 나는 그 첫만남에 이 남자의 느낌을 따졌다.
아 근데 이게 왠일일까......
결혼할 그 운명의 상대라는 느낌은 오지 않았다.
(그 느낌을 모르는데 느낄 턱이 있나.)
그랬던 우리가 어떻게 1달 뒤에 부모님을 소개시키고, 5개월 뒤에 혼인신고를 하고 7개월 차에 결혼을 하게 된 건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간의 기억을 더듬어 볼 여유가 생긴다.
단 한가지였다.
이 사람에게는 물음표가 생기지 않았다.
행동, 말투, 외모(키, 체형, 눈빛), 직업 등 뭐가 걸리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훤칠한 외모에 돈 잘버는 직업은 전혀 아니었으나, 내 마음 속에 은연 중에 녹아있는 조건들에는 잘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운전할 때의 태도, 눈동자, 미소... 이런 것들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기에 좀 재미없어도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이런게 안 좋겠다 하는 생각은 1도 못했다.
다만 당시 직업군인이었기에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있겠구나 싶었지만, 오히려 그런 걸 좋아하는 나와 다르게 그는 한 곳에 정착하기를 원했고, 그 바람이 이루어졌는지 군대를 나와 꽤 기나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성격 급한 내가 아주 급하게 결혼하자마자 또 출산, 또 연달아 출산
남편의 여러 번의 퇴사, 고시 생활 등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물론 힘들어 죽을 것 같았던 순간들도 분명 여러 번 찾아왔었고 끈질기게 다투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 시간들을 거쳐 여전히 불안한 외부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만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산다.
결혼 참 해볼만 하다.
순간을 잘 살아내려던 미션은 아주 큰 자산이 되었다.
결혼주의자로 잘 살아낸다는 것은 남편도 아이들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어차피 살다갈 인생.
결혼이란 울타리 속에서도 평생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로 살다가는 것.
이왕 선택한 일이라면 행복한 결혼주의자로 사는 것.
생각의 스위치가 켜진 순간부터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