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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Oct 23. 2023

아이들이 엔젤이 아니라 인질이 될 때가 있다

내 삶에 책임을 다하고 싶어




난 내가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며 여태껏 지내왔다.

유일하게 못하는 '돈 잘 버는 일' 빼고 말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 최선만 다하며 살았던 20대가 지나고 30대가 와서 급작스레 결혼을 하게 되니, 벅차기만 했던 내 삶도 '공주님은 왕자님과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의 끝자락처럼 줄곧 평화로 이어지나 싶었었다.



16개월 차이 나는 두 아이를 부지런히 키웠다. 쌍둥이 키우듯 그렇게 둘을 업고 안고 다니며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지만 꿋꿋하게 키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각종 자격증을 따고 심지어 30킬로 가까이 두 번이나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악착같이 운동해서 국가자격증도 따고 대회에도 출전했었다.

그랬었다……


내가 그토록 부지런히 노력했던 것들은 휘발성이었나 싶을 만큼 흔적만 남은 채로 사라졌고, 요즘 나는 20대 때에나 할 법한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그때의 나를 돌아본다.



십여 년 전 그때 공무원 시험이 한창 열풍이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공무원이 꿈이라니......'

아빠는 늘 나한테 뜬구름 잡는 허풍쟁이라셨지만, 나는 그런 스스로에게 불만은 없었다.

적어도 30대 중반까지는......




엊그제 직업상담을 받으러 고용노동부에 다녀왔다.

상담사분께서 내가 결혼 전 대학에서 조교를 한 경력을 보시곤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신다.

진절머리 나게 싫었던 조교 생활이었지만, 그런 말은 뒤로 숨기고


”나이 어린 직원을 선호하지 않나요? “

라고 물었더니,


"요즘은 기혼자를 선호하기도 하더라고요. 젊은 분들은 계약직은 잘 그만두시기도 하고 아무래도 정규직을 원하니까요."


얼마 전에 7급 군무원에 합격한 옆집 언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그만둔대. 결혼한 엄마들은 애들도 있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오래 버틴다는 거지."

그렇게 세월이 어떻게 기혼자여도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싶은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마음이 정말 씁쓸해졌다.

아이가 있는 엄마는 먹고살아야 하기에 버틴다는 그 말이 극사실적이기도 하거니와, 결국 아이들이 엄마를 사회에서 버티게 하는 인질 같은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만두고 싶어도 아이들 한 번 보면서 더 참게 된다는 거. 엄마뿐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엄마, 아빠가 그랬으리......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았다.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춤을 추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예술적인 것은 모두 좋아했기에 더욱 뜬구름 같은 삶을 꿈꿨나 싶다.


두 아이의 엄마로 10년 넘게 살다 보니, 구름은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거라는 걸 느끼며 20대 때 내가 조롱하듯 했던 친구들의 모습을 이제야 내가 갖추고 앉아있다.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턱대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기 이전에 내가 나를 먹여 살릴 만큼의 경제적인 규모를 만들어 놓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이 꼰대스럽게 바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토록 부인하던 나라는 사람도 이렇게 바뀌는 걸 보니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크긴 큰가 보다.





천사 같은 아이들이 그저 인질 같은 존재가 되지 않도록 나도 내 삶을 책임지는 일에 '유쾌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 내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때론 '부스터'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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