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던 날이었다.
‘너무 과식했나?’
첫날은 대충 집에 있던 배탈약을 먹었는데 도무지 나아지질 않았다. 다음날 곧장 동네 내과로 달려갔더니 맹장염일 수 있다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의뢰서를 써주셨다.
죽을 만큼의 고통은 아니었기에 하루를 더 보낸 뒤 일찍 집을 나섰다.
CT와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뒤에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대장게실염이네요.”
대장에 게실이라는 것이 생겨 그 안으로 변이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거다.
늘 장에 문제가 많았던 나는 언젠가는 한 번 터질 일이 터졌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치료 방법은 항생제 투여, 그리고 금식.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이라고 하셨다.
첫날, 아이들 걱정이 밀려왔지만 어쩐지 연말에 휴가를 얻은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자유로운 느낌은 생각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그 맛없다는 병원밥조차 먹을 수가 없는 신세인데 병실 티브이를 켰더니 먹으러 다니는 방송이 가득했다.
엄마 없이 못 자는 우리 아이들은 결국 여동생네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새벽,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하늘에 별이 무수히 떠 있는 사진이었다.
어부인 남편이 출항하면서 찍은 것이었다.
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이 떠 있는 걸 본 기억이 언제였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황홀했다.
그러고는 일하기도 바빴을 시간에 보내준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 고마웠다.
정말 하늘의 별을 따다 준 것만 같았다.
아니, 그래주었다.
지루한 4일이 지나고 무사히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올해만 벌써 2번째 입원이었던 터라 퇴원 수속도 척척.
그러던 중,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사랑해!!!!!!!!!!”
“응……?”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아… 나도…”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고장이 나버렸다. 아니, 실은 무슨 챌린지를 하는 줄 알았다.
오랜 기간 부부로 살다 보면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살게 된다. 좋은 점은 흐려지고, 단점만 눈에 보이는 날도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정리 좀 잘해주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좀 해주라.’
늘어가는 불만 속에 요구사항도 늘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예쁜 모습보다는 안 좋은 모습만을 어찌나 잘 골라내었던지……
결혼 11년, 지나온 시간만큼 서로에게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있는 만큼 서로를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날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