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노충덕 지음
*브런치 작가님이자 독자님이신 노충덕 님의 글이 지난 6월 책이 되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https://brunch.co.kr/@grhill/339 제목이 무겁지 않아서 쉽게 펼쳤다가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두 손으로 억지로 제자리로 보내야 했습니다. 작가님의 방대한 책 이야기를 살짝궁 들려드릴게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만나면 반갑게 데려오시면 좋겠죠?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제목을 보고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했다. 책 소개 책인가 보다 했다.
부제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의 탐구다.
철학책인가? 사상서일까?
저자는 ‘간서치’ 이덕무를 부러워한다고 하지만 이미 그를 능가하게 책을 읽는 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의 전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별일 없어도 책을 읽는” 그는 이미 ‘책벌레’다.
챕터는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
01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02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03 문제 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AI가 인터넷이 온갖 정보를 알려주는 21세기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선조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했던 일들을 바로 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챕터 별로 10개 안팎의 꼭지들이 담겨있다. 챕터별로 읽어도 좋고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전혀 별개의 꼭지가 아니라 큰 틀에서 보자면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 한창 인기를 끌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리즈’가 생각날 수도 있다.
꼭지마다 다양한 책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있다. 책을 펼쳐서 몇 장 읽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과 저자들에 놀란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에세이, 소설,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철학까지 정말 방대한 이야기를 우리 삶에 어우러지게 풀어냈다.
욕심내서 책을 요점 정리만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요량이 아니라면 찬찬히 읽는 것을 권한다. 꼭꼭 씹어서 읽고 또 생각해 내서 자신의 것을 만들고 읽고 싶은 책은 적어 두었다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내 것을 만들어야 작가가 말한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리라.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들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생각일 뿐 내 삶의 문제를 풀어주지는 못한다.
나를 멈추게 하는 책 속 글귀들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알려면 배워야 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배움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일어난다. 외부에서 주어지면 교육이고, 스스로 배워 쌓으면 교양이다. 배워 알게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생각해야 한다.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곰곰이 생각지 않으면 오류를 알 수 없다.
19쪽
미국과 중국이 공간을 두고 다투는 범위와 파장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라는 압박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지리와 역사를 너무 소홀하게 다룬다. 섬이 되어버린 한반도를 벗어나는 공간 인식이 절실하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길잡이로 삼을 수 없다. 세계를 무대로 살아가야 할 지정학적 운명을 지닌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보인다.
78쪽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잊지 않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 《맹자》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