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욕조』 예정옥 강가출판사
『재생의 욕조』 예정옥 강가출판사
오렌 작가님의 책 『재생의 욕조』를 여름내 기다렸다. 예정옥 작가님을 입에 붙은 대로 자꾸만 오렌 작가님으로 부른다.
표지의 볼이 포동포동한 아기는 누굴까? 작가님의 자녀분일까? 작가님일까?
‘오렌’이라는 필명은 무슨 뜻일까?
의문이 풀렸다!
누구지? 무슨 뜻이지?
궁금한 분은 500원 주지 마시고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보시길 권한다.
자신의 아픔을 오롯이 드러내며 써 내려간 이야기 스물네 편. 간결한 문체에 자신이 겪은 일들과 배움의 글을 잘 녹여냈다. 아픈 이야기니 만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표지처럼 포근포근한 그림들이 곳곳에서 마음을 다독여 준다. 아프지만 따뜻하다.
글을 읽어가면서 내 어린 시절의 아픔과도 맞닿는 지점을 찾았다. 나는 물에 대한 공포가 있었고 작가는 화재로 인한 상처가 커서 불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작가에게는 물은 치유라 한다.
쓰러질 듯 피곤한 몸을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누이면 피로가 풀린다. 작가의 말에 일견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물은 내게 공포다.
일곱 살 어린 시절 처음 가본 바닷가, 나도 모르게 커다란 튜브에 올라 멀리멀리 떠내려갔다. 혼자라는 공포,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막막한 바다라는 공간. 한참 뒤에 누군가가 나를 뭍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물에 빠지지 않았고, 다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절 발이 닿지 않는 그 바다는 내게 물에 대한 저항과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여전히 수영을 배우지 못한다. 발이 닿지 않으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게다가 대학생이던 겨울 어느 날 뜨거운 물에 덴 경험이 있다. 인간은 물에서 왔는데 나는 여전히 물이 어렵다.
작가를 괴롭혔던 불은 오히려, 나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안아준다.
작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상처가 아프지 않다고 한다. 서로의 아픔은 다르지만, 글을 쓰며 치유하는 모습은 닮아있다. 나도 언젠가 편안하게 물을 대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리고 첨언에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막막한 물의 시련과 온몸이 녹아내릴 듯 뜨거운 불의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믿고 의연하게 존재하다 보면 어느새 자매 불과 형제 불을 찬미하며 우리는 다시 만난다.’
작가가 내 마음을 읽었나 하면서 감사했다.
-책 속에서 나를 끌어당긴 문장
그림
101
그림은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안의 가능성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재생의 욕조
108
내게 글쓰기는 마음을 씻는 욕조일 뿐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재생시켜 주는 치유의 욕조이기도 하다.
촛불
127
나는 글쓰기란 마음이라는 초를 태워 써낸
밝은 불빛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재생의욕조 #글쓰기 #읽고쓰고또읽고
https://blog.aladin.co.kr/762471166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344288
*책의 이미지는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