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
깔끔한 표지도 좋았지만,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인터넷에서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지하상가에서 옷을 사면서도 나랑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 요리책을 보면서 음식을 해도 내 마음대로 재료를 바꾸고 간을 맞추는 사람. 누구랑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돌려버리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20대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며, 남편과 30년 동안 잘살고 있으니 평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게 평범한 걸까? 책 제목을 보면서 자꾸 나를 들여다본다.
그들에게 어려운 평범한 삶이란 무얼까.
브런치 스토리 벨라lee 글벗님이 참여했다니 더 궁금해졌다. 서평단을 신청하고 책을 받자마자 읽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여섯 사람. 한송이 왕학철 벨라lee 드미트리 조유나 안나lee.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한송이 작가. 그녀는 놀림받던 자신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바로 그 이름으로 출판사를 개업해서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간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 속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들만의 싸움을 이어간다. 당장 나만 해도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가족사진을 프로필에 올리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의 범주다. 그러나 그 역시 내가 알지 못하는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부러울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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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죽도록 싫었던 청년 왕학철. 그는 말 그대로 죽도록 열심히 살았다. 택배 상하차, 식당, 백화점, 학원 강사, 에어컨 설치, 미역 작업 막노동, 경호…. 그는 돈이 되는 일은 다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돈을 위해서만 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또 책을 읽은 이에게 질문한다. 어떠한 외압에도 신념을 지키고 살고 있는가? 자유롭고 당당하게 책임지며 살고 있는가?
그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1. 모르는 건 꼭 짚고 넘어가라
2. 자신의 기억을 믿지 마라. 기록하라
3. 논리적으로 사실을 말하라
4. 내가 ~였다면? 타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라
5.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라
6. 왜? 나에게 업무가 주어지는지 생각하라
7. 그다음 어떤 업무가 주어지는지 생각하라
8. 적당히 손해를 보아라
9. 생각이 떠오르는 걸 최대한 기록하라
10. 진실되게 행동하라
54쪽
그는 또한 글의 끝에 힘주어 말한다.
가장 좋은 투자는 바로 당신을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78쪽
가족이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작가 벨라lee. 너무 일찍 떠나버린 시어머니로 인해 누구보다 시부모님의 사랑을 일찍 깨달아버렸다. 시어머니 험담하기 쉬운 나이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나이 들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지켜간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기분이 '조~~타'고 하면서 말이다.
인생의 선배이자 육아의 대선배였던 어머님은 손녀가 6살일 때부터 이미 8살이 되어 입학하는 모습을 준비하고 계셨나 보다. 어머님은 긴 세월 살아오시면서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계셨을 테니까. 어머님이 보셨던 것은 단순히 현재의 모습만이 아니라, 손녀가 성장해 나가는 미래의 모습까지도 내다보셨을 테니 말이다.
88
우울하진 않지만, 불안을 달고 사는 작가 드미트리.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권유로 중고등 과정을 홈스쿨로 지낸 작가는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이들과는 또 다른 부침을 겪는다. 혼자서 할 일을 찾아서 혼자서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신학교를 뛰쳐나온 헤세가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그에겐 전원주택에서 만난 자연이 많은 것을 일러 주었다. 성인이 된 그에게 사회는 생각만큼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찾아 나간다. 행복은 바로 지금 성취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타인의 그림자를 따라가기를 멈추자.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 앞다퉈 도달해야 할 고상한 정상지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여정을 시작한 자들에게 목표 지점이란 스스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에서 해방되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준비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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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포 3세인 조유나 작가. 중국 하이난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다 한국에서 평생 짝꿍을 만나 충남 당진에 보금자리를 꾸민다. 임신한 몸으로 재무설계를 시작한다. 주위의 만류와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7년간 뚜벅이로 영업하다, 이제 개인 사무실을 내고 멋진 차도 타고 다닌다. 겉으로 보이는 외양으로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고 싶었고 열심히 살았다. 밝은 성격이 아니었지만 노력했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지금 어떤 역경을 마주하고 있더라도 이 점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삶이라는 것은 매일 우리가 겪는 경험과 행동, 반응과 감정으로 채워지며,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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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차 간호사 안나lee. 누군가를 돌볼 줄만 알았던 이가 암을 판정받고 돌봄을 받게 된다. 그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암을 치유했다. 그녀는 그 기간을 거울로 삼아 더 좋은 간호사 다른 이의 아픔을 더 많이 공감하며 돌볼 수 있는 간호사가 되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때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연인, 교인, 동료, 환자들을 통해 깨달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있다. 그녀는 또한 요가와 명상을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그저 각자의 아픔과 사연이 있고, 때에 따라 선이 되고 악이 되기도 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 같은 그냥 인간일 뿐이다. ‘각자의 아픔’ 그걸 이해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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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내게 ‘평범함’은 물음표다. 내가 만난 사람들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평범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기엔 너무도 다르다. 평범을 추구하는 것도 특별해지려는 것도 다른 말이 아닌 것 같다. 여섯 명의 작가는 다 다른 결로 말하지만 저마다 자신을 찾으라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한다. 평범히든 특별히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요가 인사
나마스떼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표하다’
‘나와 당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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