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말씀 드립니다. 제 실수로 브런치 북 연재가 아니라 일반 글로 올려버렸네요.
유미래작가님 덕에 실수를 바로 잡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죄송합니다.
댓글은 캡처해서 붙이겠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께도 죄송합니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다 문득 하늘을 보니 무척 파랗더군요. 이젠 정말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은 맑고 주의의 분위기는 모두 활기찬데 나만 약간 외롭고 허탈하다는 느낌이 들어 속이 상하네요. 해마다 가을이면 닥치는 가을 앓이가 벌써 시작된 건 아닐 텐데….
실은 어제 카세트를 떨어뜨렸어요. 아침에 틀어보니까 라디오 소리도 엉망이고 tape를 넣었더니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거예요. 아침부터 버스 안에서 무지무지 화가 났어요. 게다가 영어 회화를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넘었는데 진전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가끔 영어 회화 선생님을 만나서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고 하거든요. 그런데 만날 때마다 새로운 거예요.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우리말을 이해하니까 의사소통이 되기는 하는데 자존심이 무척 상하거든요.
‘1학년, 2학년 때는 도대체 무얼 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죠. 남들이 들으면 이제 겨우 두 달 했으면서 뭘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가 없어요.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잖아요. 지금부터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하면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계속하고 있어요. 아무튼 좀 이래저래 우울했네요.
오빠, 숙이 웃기죠? 기껏 오랜만에 편지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구 말이죠. 아직도 철이 들려면 멀었나 봐요.
다시 봐도 예쁜 가을 하늘이에요. 청명한 파란색이면서 높고 구름은 몽실몽실하고 말이죠. 낮 기온은 아직도 무척 높고 햇살은 따갑지만 그래도 바람이 무척 시원해졌어요. 그곳은 어때요?
어제 2학기 개강했어요. 그래서일까요. 편지함에 들어있는 오빠 편지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기뻤어요. 영어 회화 summer school이 끝나서 한 주 내내 집에서 좀 놀았거든요. 놀았다니까 어감이 좀 이상하다. 그냥 1주일 푹 쉬었어요. 깔깔
이번 학기는 전공 수업이 다 1교시와 2교시에 몰려 있어서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다 늙어서 고생이에요. 늙은이가 잠이 없다는 걸 이용한 걸까?!
지금 아침 9시 25분이거든요. 아침 먹었는데도 배는 고픈데, 첫 시간이라 애들이 모두 책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교수님한테 그걸로 야단맞고, 어젯밤 마신 맥주 때문에 머리도 띵하고….
하지만 오빠한테 글을 쓰다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오빠 안녕
91.8.27
숙이가
숙이를 우울하게 했던 카세트는 알바해서 야금야금 모으고 또 모은 돈으로 노량진 학원가에서 중고로 장만했던 겁니다. 그때 신나서 얼마나 팔짝팔짝 뛰었던지요. MP3도 CD 플레이어도 없던 그 시절, 모르는 단어는 사전으로 찾던 그 시절, 그 카세트는 숙이에게 정말로 중요했답니다.
그 당시 영어 공부하겠다고 영화 대사를 녹음해 둔 테이프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많이 들었거든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황제”를 참 열심히 들었죠. 어린 황제 ‘부의’가 자금성 계단을 아장아장 걷던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답니다. 그 당시 역사를 소상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냥 그 ‘아가’가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걸 보니 정말 아끼고 아꼈던가 봅니다. 다시 봐도 가슴이 쓰립니다.
그래도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오빠한테 편지 쓰면서 우울한 기분을 많이 풀었나 봅니다. 3학년 2학기를 맞은 노땅 숙이의 편지를 보며 오빠도 훈련의 피로를 이겨냈겠죠?
Feb 27. 2025
참 오래된 주억인듯합니다
옛물건들이 등장하고
저는 그시절이 좋아요
순수함이 있었기에 아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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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6시간전
@죽림헌
그저 그런 안부인사 뒤에 이런 추억이 숨겨져 있었네요.
저도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지금도 좋지만요..
Feb 27. 2025
이렇게 옛날 기억을 하나씩 추억해 보는 재미 정말 좋네요 오늘도 숙이는 넘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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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6시간전
@루미상지
편지 속에 감추어둔 추억의 물건과 노래들이 함께 하니 더 즐겁네요.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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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7. 2025
숙이는 너무 예쁘고 명랑한 소녀입미다. 숙이의 편지를 받는 오빠는 얼마나 행운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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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6시간전
@신정애
기억 속의 숙이는 참 많이 우울하고 눈물 많은 아이였는데
의도적으로 더 열심히 씩씩해지려 했나봅니다.
캔디같은 느낌적인 느낌? ㅋㅋ
감사해요^^
Feb 27. 2025
작가님 마이마이셨나요?
저도 알바해서 전자상가에서 8만원주고 사서 굉장히 아껴 쓴 기억이 있네요^^
영어회화도 열심히 공부한 숙이 세련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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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6시간전
@벨라Lee
소니 워크맨이었던 것 같아요.
워크맨 망가지고 한참 뒤에 바꾼 게 마이마이였나봅니다.
마르고 닳도록 끼고 살았었죠.
이어폰 빼라고 엄마한테 등짝 스매시릉 엄청 당했던 기억도 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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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전
그땐 3학년도 노땅이라고 여겼죠ㅎ
지금 보니 이렇게 아가아가 한 것을 ..
마지막 황제 부의만큼이나 숙이도 사랑스러운 것을..
저는 고등학생 때 카세트 테이프 엄청 들었죠
대학땐 시디가 나오긴 했었어요
밥도 굶고 돈 모아 시디 사러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작가님 편지 덕에 대학 시절이 자꾸 강제소환 되는데.. 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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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6시간전
@소위
강제 소환되는 게 좋으시다니 ㅎㅎ 저도 넘 좋은데요.
편지 읽다가 그랬구나 그랬구나
저도 혼자 킥킥 웃고 잠깐 센치해지고.
함께 그 시절 나누니 이 아니 좋을 수가 없네요.
부의나 숙이나 지금보면 둘 다 세상도 모르는 아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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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전
아~~ 숙이는 가을을 타는 것이고, 오빠야는 이런 싱숭생숭 숙이의 마음을 알까몰라요 ㅎㅎㅎ.
카세트 테잎.... 마지막 황제 부의...... (저는 카세트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서편제, 패왕별희 OST를 들었던 기억이 ....)
그당시 카세트는 진짜 학생들의 로망이자 잇템인데요. 망가져서 얼마나 속상했을 숙이~~~~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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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5시간전
@뽀득여사
서편제 패왕별희
구슬픈 가락들~~
엄청 감성적이셨군요.
눈물 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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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전
ㅎ왠지 옛기에 나게 만드는 글입니다.작가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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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5시간전
@백운
작가님도 추억이 있으시군요 ㅎㅎ
오늘은 살짝 감상적인 노래도 한 자락 들어보심이 어떨까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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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고장난 카세트는 속상하지만... summer sclool 끝나고 '깔깔' 웃는 숙이소녀 웃음소리는 너무 청량합니다. 세상 하나뿐인 비타민 편지를 받은 '국군 오빠'는 참말로 행복했을것 같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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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3분전
늘 감사합니다^^
편지 속의 숙이는 참 밝은 아이인것 같아요.
제 생각 속의 숙이는 우울모드가 많았는데
페르소나 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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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전
연재글로 올리지 않으셔서 제목보고
어~숙이 편지 아닌가 했어요~ㅎ
달달한 숙이 편지에 오빠가 중독 되었을 것 같네요.
귀여워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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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꾹작가
4분전
어머나!
제가 수정하다가 큰 실수를 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