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파운데이션』과 『듄』
베르나르 베르베르, 오랜만에 그의 글을 다시 만났다. 소설이 아니라 자전 에세이지만, 역시 지루할 틈이 없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는데도 흥미롭다.
그는 어려서부터 달랐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너무나 침착했다. 아이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이걸 다양성의 문제라 하긴 좀 애매하다. 그저 그는 달랐다. 그의 다름이 우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게 아닐까.
이 책은 각 장을 시작하면서 타로 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상황과 만났던 사람들을 묘사하고 설명한다. 내가 즐겨 보는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의 이미지와 다른 것이 신선했다. 나도 주변 사람들을 타로 카드에 비유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훅 밀려든다.
『개미』를 10여 년 공들여 썼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 그 책을 만났을 때, 공포를 느끼면서도 자꾸만 빠져들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상상도 못 했던 충격을 받았던 작품인데, 작가도 심혈을 기울여 썼다니 왠지 뿌듯하다.
그는 해마다 책을 내기로 팬들에게, 또 자신에게 약속한다. 그래서 날마다 글을 쓰고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노력한다. 오전 시간을 정해놓고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 부분에서는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씨가 떠올랐다. 그분도 날마다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고 했다. 난 카페에 가면 집에서보다 맘이 더 분주해져서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아서일까. 트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몇 시간씩 한다니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한다.
1) 독자에게 이야기의 대략적인 밑그림을 보여준다.
2) 중요한 뭔가를 계속 숨긴 채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3)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자잘한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준다.
4) 마지막에 가서 한 방에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5) 놀라움 속에 마술이 끝나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마무리되면, 이야기 전체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터치를 추가한다. 일명 <체리 장식 효과>
(111쪽)
내 기억 속에서도 『개미』는 한국에서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견해를 대놓고 자신의 글에 게재하는 것은 좀 놀라웠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비판적으로 명시한 부분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내 책을 읽어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 한 계속 쓸 생각이다. 내 삶의 소설이 결말에 이르러 이 책의 첫 문장처럼 <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하고 끝을 알려줄 때까지.
470쪽
다섯 권에 달하는『개미』의 충격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그 후로『나무』, 『파피용』, 『신』을 차례로 읽다 보니 비슷한 부분이 반복되었다. 점점싫증이 났다. 『신』연작물을 읽다 책을 덮어버렸다. 그렇게 아주 오래오래 떨어져 지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그의 책을 보니 반가웠다. 다시 그의 글을 읽으니 역시 매력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혼의 세계를 탐사한다는 『타나토노트』를 읽어봐야겠다.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파운데이션』과 『듄』도 읽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는 훌륭한 작가다. 독자에게 글을 쓰고 싶게도 만들고, 또 다른 작품을 읽고 싶게도 만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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