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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Jun 03. 2024

글쓰기는 편집이다!

『Editorial Thinking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지음 터틀넥


『Editorial Thinking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지음 터틀넥프레스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행위이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이라는 부제가 맘에 들었다. “Editorial Thinking”이라니. 주변에 영어가 널리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영어 제목을 쓰다니, 맘이 불편하다. 분명히 우리나라 독자를 위한 책인데. “에디토리얼 씽킹”이라는 한글 제목도 영 이상했다. 우리 사고가 어느새 영어식으로 변했나? 아직은 전혀 아닌 것 같지만, 출판계를 보면 우린 이미 영어권 국가인 듯하다. 제목만큼은 씁쓸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영어 제목은 맘에 들지 않았다. 굳이 작가 편을 들자면 편집 측면에서 책의 표지는 인상적이다. 표지 색깔과 영어 제목 그리고 서체가 잘 어우러졌다. 한글로는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왔을까? 하는 물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 편집‘은 글쓰기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글을 쓰고 편집자는 오타와 배열을 맞춰주는 거라는 단순 무식한 생각을 하고 이제껏 살아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글쓰기가 편집과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짧은 글이지만 핵심을 콕콕 짚어주었다. 글쓰기의 핵심은 쓰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중언부언하면서 끝도 없이 이야기를 부풀리는 것보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야기를 잘 분배해서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제목만 보고 조금 딱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시각 자료와 자신만의 비법을 재미있게 쏟아부어 주었다. 글을 쓸 때마다 덜어내기와 맥락이 생각날 것 같다. 감사한 책이다. 다음엔 한글로도 멋진 제목을 뽑아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책은 12장으로 나누어서 편집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려준다.   

  

1. 재료 수집

가능성을 품은 재료 찾고 모으기   

  

2. 연상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연상을 풍성하게 펼치려면
이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색종이, 노동력...
이것은 어떤 감각적 특징이 있나? 황금색, 복잡한, 가벼운, 구겨진, 바스락 소리, 얇은...
이것의 기능과 쓰임은 무엇인가? 사랑 고백, 한물간, 정성의 표현...
관련한 인물, 장소, 사물, 작품이 있나? 일본 선수단 라커룸, 전영록 노래, 이모집 선반...
동의어, 유의어, 상위어, 하위어, 반의어가 무엇이지? 저비용 고노동, 정성스러운 쓰레기...     
64쪽


3. 범주화

유사성과 연관성 찾기     


브랜드 아카이브 북을 만들면 뭐가 좋나 + 꼭 지금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 타당성 검토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만들었나 + 잘 만든 브랜드 북은 어떤 특징이 있나 + 어느 외주사가 잘 만드나 → 시장 현황, 사례 연구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 왜 그런 내용을 담아야 할까 → 기획 방향성
제작 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까 + 마케팅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 일정, 예산 계획     


4. 관계와 간격

목적에 맞게 적정 거리 조정하기     


편집 훈련 놀이
첫째, 타인의 창작물의 구성 요소를 분해하는 ‘해부하고 바꿔 끼기’ 놀이다. 완성형 창작물을 다시 원천 재료 레벨로 분리한 다음 각 재료를 다른 것으로 바꿨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상상하는 훈련.
둘째, ‘아무거나 잡화점 주인’ 놀이. 가상의 상점 주인이 되었다고 상상하면서 진열대를 어떤 조합으로 꾸릴지 생각해 보는 훈련.
셋째, 제롬 케이건의 책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에서 힌트를 얻는 ‘아무 단어 챌린지’다. 랜덤으로 두 단어를 골라 그 쌍이 공유하는 특성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찾아내는 연습.     


5. 레퍼런스

새로움을 만드는 재배치, 재맥락화  

 

스캠퍼 SCAMPER
S(substitute) : 대치하기
C(combine) : 결합하기
A(adapt) : 적용하기
M(modify) : 수정하기
P(put to other uses) : 다르게 활용하기
E(eliminate) : 삭제하기
R(rearrange) : 재배열하기   
122쪽  


6. 컨셉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한 뾰족한 차별점     


 

잡지 에디터로서 나는 다음의 두 문장으로 컨셉을 정의하고 이해한다. 첫 번째 문장은 ‘하고 싶은 말의 내용 what to say 와 그것을 담는 그릇 how to say  잘 호응하도록 정렬하는 기준점이 켠셉이다.  
128쪽   


컨셉을 정의하는 나의 두 번째 문장은 ’내 콘텐츠를 남이 소비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이다.  
129쪽    


7. 요점

핵심을 알아보는 눈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에서 C(Choice)다‘ 라고 했는데, 에디터는 D(Data)와 C(Customer) 사이에서 B(Bespoke)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144쪽 


8. 프레임

입장과 관점을 정하고 드러내기   

 

세상을 보는 당신의 두 눈, 정보를 해석하고, 세상과 호응하는 당신의 방식은 귀하고 소중하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화려해서가 아니다. 유일해서다. 당신이 이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러니 부디 질문하기를, 입장을 갖기를, 드러내기를!    
 165쪽 


9. 객관성과 주관성

주관적인 것의 힘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 자리 잡는다.     
174쪽


10. 생략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     


11. 질문

’좋은 질문하는 법’을 글을 쓸 때 적용해서 나만의 글쓰기를 해보자. 글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지만 내가 있어야 하고, 너무 흔한 글은 재미가 없다. 왜 쓰는지 제대로 알아야 남을 이해시킬 수 있고, 타인의 시선에서도 바라보아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좋은 질문 만드는 법
첫째, 상대와 상황에 반응하는 현재의 나 자신을 존중한다.      
둘째, 세상과 내가 당연시하고 있던 듣기 좋은 말은 한 번씩 흘겨본다.      
셋째, 사안을 바라보는 위치와 상황적 맥락을 바꾸는 질문을 즐겨한다.      
넷째, ’무엇을 했나요? ‘보다는 ’어떻게 했나요?‘를 궁금해하고, ’어떻게 했나요? ‘보다는 ’왜 했나요?‘를 궁금해한다.      
다섯째, ’내가 그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하고 묻는다. 그다음 ’내가 독자라면 무엇이 궁금할까? ‘상상하고 묻는다.          


12. 시각 재료

메시지와 비주얼 사이의 거리 감각     



구애 없이 자유로운 판타지아로 가득한 존재로 어린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첩경이다. 기억에 저장된 데이터가 많을수록 그만큼 많은 지식의 연관 짓기가 가능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데이터를 토대로 훌륭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브루노 무나리, 『판타지아』     


*저자 최혜진은 20년차 편집자로서 《볼드 저널》 편집장을 거쳐 《디렉토리》 매거진 《1.5도씨》 등을 창간하고 디렉팅했다. 에디토리얼 컨설턴시 아장스망(agencement) 대표. LG전자, 네오밸류 등을 위해 브랜드 미디어 제작 총괄, 리브랜딩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작가. 그림책과 미술 작품과 관련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그림책 업계에서는 취재와 비평을 하고, 교육 업계에서는 미술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제조 업계에서 R&D 연구를 돕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업무를 펼쳐나가고 있는 작가는 이 모든 게 자신에게는 같은 성격의 일이라고 말한다. ‘에디토리얼 씽킹’이 핵심 엔진이고, 필요에 맞춰 입력 재료만 바꾼다는 감각이 있을 뿐이라고. 『우리 각자의 미술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 일곱 권의 예술서를 썼으며 『album[s] 그림책 : 글, 이미지, 물성으로 지은 세계』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소개는 알라딘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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