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험이 끝났어. 간밤엔 잠을 자다 깨다 해서 좀 몽롱하긴 했지만, 오늘은 한 과목만 보면 되니까 걱정은 하지 않았어. 30분 정도만 머리를 썩이면 될 테니까 말이야. 오히려 시험장까지 가는 게 문제였지. 시험 장소가 바뀌었거든. 지도 앱으로 찾아보니까 버스를 타면 50분 정도 걸리고, 택시로 가면 25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더라. 잠깐 고민했지.
근데 깜빡 잊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놓지 않은 거야. 7천 원밖에 없는데 카드 택시가 아니면 낭패를 보잖아. 그냥 한 시간 여유를 두고 버스를 타러 갔지. 다행히 버스가 빨리 왔어.
시험장은 인천기계공고라고 주안에 있는 학교야. 이제 하이테크 고등학교가 익숙해졌는데 시험장이 바뀌어버려서 좀 아쉬웠어. 버스를 타고 도화1동 사무소에서 내렸어. 일요일이라 그런지 버스에 사람도 별로 없고 정류장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40분 정도 걸렸어. 지도 보고 10여 분을 걸어갔어. 처음이라 좀 헤매긴 했는데 나름 잘 찾아갔어. 이번 고사장은 2층이고 훨씬 환해서 좋더라.
무사히 고사장에 들어가서 한숨 돌리고 마무리 문제랑 요점 정리를 보는데 감독관이 들어왔어. 다 정리하고 시험지 받아서 풀고 답안지에 표시하니까 25분 정도 걸리더라. 좀 헷갈리는 문제가 몇 개 있었는데 너무 고민하면 오히려 틀릴 것 같아서 처음에 생각한 대로 표시하고 나왔어.
올 때는 네가 말한 『달과 6펜스』를 사려고 지하철역 근처 서점으로 향했지. 지하철에서 헷갈리던 문제를 찾아보니 맞은 것 같았어. 이제 정말 끝났어. 3년 동안(2학년 편입) 열심히 공부한 나에게 기특하다고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어. 울 아들도 제대할 무렵에 그동안 애쓴 너 자신에게 꼭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 좋겠다. 세상에서 다른 누구에게 칭찬을 듣는 것보다 내가 나를 격려하고 칭찬해 줄 때 행복한 마음이 훨씬 커지는 것 같아.
책을 사 들고 집에 오니 열 시 반 정도 되었어.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지하상가도 열린 데가 거의 없어서 구경할 것도 없고, 또 배가 너무 고파서 얼른 집으로 왔지. 오자마자 냉장고에 있던 베이글을 오븐에 굽고, 엄마가 좋아하는 초콜릿 크림이랑 민트 크림 잔뜩 발랐어. 스텔라 아르투와 잔에 얼음을 잔뜩 넣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렸지. 커피 향이 집안에 그득하니 참 좋았어. 그리곤 와구와구 먹고 마셨지.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울 아들은 지금 뭐 할까? 이제 점심시간이 됐을까? 점심 맛나게 먹어. 배고프지 않게 배식 잘 받아야 할 텐데. 일요일엔 훈련 없는 거지? 책은 낼 아침에 우체국 열자마자 보내줄게.
점점 더워지는데 몸조심하고.
2019년 6월 23일
입소 13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