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나 편지를 못 썼네. 미안해…. 엄마가 게으름을 좀 떨었어.
우리 동네는 엊저녁 무렵부터 비가 오더니, 지금은 그쳤나 봐. 내다보지는 않았는데 새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네. 훈련소는 어때? 남쪽은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했는데, 비 맞으면서 훈련한 거야? 이번 주 각개전투라 했잖아. 일기예보 화면에선 그곳도 흐림으로 나오던데 혹시 진흙탕에서 훈련하는 걸까? 걱정되면서도 이젠 고참 훈련생이라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믿음이 생겨.
오늘은 엄마가 너보다 좀 빨리 일어났을까? 지금 아침 5시 39분이야. 간밤에는 불침번은 서지 않았니? 곤하게 잘 때 일어나야 하는 거 정말 싫은데. 참 대견해. 그리고 전화 통화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조금씩 더 생기는 것 같아서 멋져. 맨 처음 전화했을 때는 너무 힘이 없어서,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많이 되었거든. 그런데 요즘은 씩씩한 군인 아저씨?는 아니고 멋진 국군 형아 같아.
잘 잤는데 왜 졸리지? 울 아들은 날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훈련받는데, 엄마는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고 연신 하품하고 있네. 밤새 쿨쿨 자 놓고 선 말야. 머리카락은 잘 자라고 있는 거야? 갈 때 많이 밀어서일까, 아니면 다시 머리를 깎았을까? 여전히 많이 짧아 보여. 정말로 머리에도 선크림을 바르는 거야?
커피 한 잔 내리고 왔더니 어느새 6시 1분이네. 6시 땡 하면 바로 진짜로 기상나팔 울리고 그러는 거야? 이젠 저절로 눈이 떠지니? 엄마는 여전히 날마다 궁금한 게 참 많다, 그치? 호기심 천국! 그래서 아직도 친구들처럼 사는 게 지루하고 그러지 않을지도 몰라.
비 덕택에 기온이 좀 떨어졌나 봐. 훈련소도 그렇겠지? 땅이 다 젖어 있는 게 좀 걱정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젠 걱정이 덜 된다. 울 막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때론 엄마보다도 의젓해서 쫌 멋쩍게 느껴질 때도 있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아하는 음악도 얼마나 많이 듣고 싶을 텐데 그걸 참고 있잖아. 게다가 전화할 때마다, 훈련 잘 받고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엄마를 안심시켜 주잖아. 고마워. 요샌 엄마 맘이 많이 편해졌어.
이제 훈련이 거의 끝나간다. 며칠만 지나면 울 아들 얼굴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늘도 밥 잘 먹고 훈련 잘 받고…. 사진 속의 너희들 모습은 참 밝아서 너무너무 예쁘고 또 의젓하고 믿음직해.
2019년 7월 11일 목요일 오전 6시 14분에
입소 31일째
-엄마가 썼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