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를 걷지 않아도 옷이 젖지 않을 만큼 얕은 강변에서 재첩을 잡는다. 물에 발을 담글 필요도 없다. 강변 모래톱에 쭈그려 앉아 호미로 돌멩이들을 살살 훑으면 흙탕물이 훅 일어나며 강바닥이 드러난다. 흙탕물이 흐르는 물에 씻겨나가 다시 맑아지면 강바닥 돌 틈에 숨어 있던 재첩들이 얼굴을 내민다.
처음엔 어떤 것이 재첩인지, 어떤 것이 돌멩이 인지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여남은 개를 줍다 보면 어느새 보는 눈이 생겨 재첩만 눈에 쏙쏙 들어온다. 커봐야 엄지손톱만 하고 작은 것은 새끼손톱만 하니 아무리 주워 담아봐야 양동이가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여덟이 달라붙어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올 때까지 재첩을 캐봤지만, 초보자의 노동이 늘 그렇듯 재첩국 한 냄비 끓일 양이 겨우 나온다.
강에서 잡아 온 재첩을 깨끗한 물에 씻은 후 썩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골은 것이 한 개만 들어가도 국에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기에 썩은 재첩을 골라내는 과정은 강바닥에서 재첩을 캐는 것만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잘 골라낸 재첩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치대어 씻은 후 물에 담가 해감을 시킨다.
다음 날 아침, 밤새 흙과 모래를 뱉어낸 재첩을 팔팔 끓는 물에 한 번에 쏟아붓는다. 국자를 냄비에 넣어 한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주며 거품을 걷어 내다보면 어느새 재첩은 뽀얀 국물을 우려내며 속살을 보여준다. 이제 본격적인 손품이 시작된다. 살과 분리된 재첩 껍질을 하나하나 골려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에 손이 델까 조심 또 조심 재첩 껍질을 골라내고 나면 맑은 국물과 조갯살이 냄비에 남는다.
재첩국을 다시 한번 팔팔 끓이는 동안 청고추, 홍고추, 부추를 송송 다진다. 뜨거운 국을 한 대접 가득 떠서 청고추, 홍고추, 부추를 넣은 다음, 각자에 입맛에 맞게 소금 간만 해서 먹는다. 순창 초연당 할아버지께서 직접 잡으셨다는 1 급수에서 서식하는 민물새우(토하)를 얼음물에 살짝 담가 기절시킨 후, 얇게 썬 양파와 깻잎, 쑥갓과 함께 밀가루를 살짝 버무려 튀겨낸다. 재첩 국에 민물새우튀김을 곁들여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반짝반짝 빛나는 섬진강 강물이 내 뱃속으로 ‘출렁’이며 들어온다.
초연당 옥호루에 앉아 복숭아꽃, 자두꽃을 즐기며 갖은 여유를 누리던 어느 일요일 아침.‘아, 좋다. 행복하다.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