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책에서 읽은 구절.
어릴 땐 봄이 좋았고 젊음의 한가운데를 지날 땐 여름이, 장년에 접어드니 가을이 가장 좋다더라고.. 나이의 흐름에 따라 좋아하는 계절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그럼 노년의 계절은 겨울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쓸쓸해진다.
흔히 노화를 '눈(시력저하)'에서 가장 먼저 느낀다고들 하는데 나는 머리카락에서 가장 먼저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마다 밤 사이 흰머리가 또 하나 늘어나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흰머리야 염색으로 가리면 되지.. 뭐..' 하면서도 내가 또 언제 이렇게 늙었지라는 생각에 서글퍼지고 만다.
내 나이 40대.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한다는 동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점점 여물어 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나의 시대는 끝났구나 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나이 든다는 것은 나에게 쓸쓸함과 서글픔, 아쉬움이다.
청명한 이 가을이 하루하루가 아깝게 빨리 지나가 버리듯, 나의 장년기도 쏜살 같이 지나가 버리고 어느새 나는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과 깜냥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 쓰임과 의미가 있을 것인데 대자연의 깊은 뜻을 헤아려보며 내 마음을 다독여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