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아픈 엄마를 온 마음 다해 걱정해 주지 못해서 항상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게도 엄마를 끔찍이 사랑했던 시절이 있다. 엄마가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고, 엄마가 마치 나의 분신처럼 느껴지던 시절. 지금 내 기억 속에는 없지만, 아마 여느 아기들처럼 온 세상의 전부가 오직 '엄마'였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는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보다, 엄마를 향한 내 사랑이 더욱 컸을 것이다. 나의 아이들을 낳아보니 알겠더라. 자식이 주는 사랑이 부모의 사랑보다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것. 그것은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순도 100퍼센트의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돌려주고 있는 과정이다. 나는 빚쟁이라 아이들에게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한다.
이 아이들이 자라 언젠가 나의 곁을 떠날 것이고 그때는 나의 사랑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겠지. 아이들이 자라면 엄마의 품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듯, 내가 내 삶을 사는 것에 바빠 엄마를 챙기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엄마를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하고 또 미안해지지만, 엄마도 갓 태어난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엄마와 눈을 맞추고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계시겠지.
그러니 엄마. 부족한 딸을 용서하시길. 이제는 내 사랑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차고 넘치는 부모의 사랑으로 나의 잘못을 감싸주시길. 사랑합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