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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존스 May 24. 2024

[벽]


처음엔 작은 벽돌 한 개였어요.


나는 여기저기서 날아온 벽돌을 쌓아

내 키보다 높은 벽을 만들었어요.


저 벽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요.

하지만 그 누구도 벽 안에는 관심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벽으로 둘러싸인 내가 보이지 않거든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내게 보이는 것이라곤

손바닥 만한 하늘과 촉촉하게 젖은 무릎.


나의 벽이 계속 높아질수록

나의 하늘은 점점 작아져 가고,

언제부턴가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적막 속에서.

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네요.

그래도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지는 말아요.

나를 둘러싼 이 벽이,

이제는 숨 쉬듯 당연하게 느껴지는걸요.


어둠 속에서.

나는 벽을 허물어 계단을 만들 거예요.

그러니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지는 말아요.

언젠가 나는 그 벽을 넘어

너른 벌판 위에 홀로 꼿꼿이 설 거예요.


여전히 나의 하늘은 푸르고

그 푸르름에 나의 가슴이 시리겠지요.

하지만, 나는 괜찮아요.


202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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