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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년 할래

by 샐리 존스

이제 2년 후면 큰아들이 성인이 된다. 5년 후면 작은아들도 성인이 된다. 먼 듯 가까운 미래. 아이들의 돌봄에 연연하지 않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나는 그때가 되면 남편과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같이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하고 클라이밍도 하고 싶다. 그를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것보다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남편과 나는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을 그가 못하고 그가 잘하는 것에는 내가 관심이 없다.

지금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을 때인데도 여기저기 아파서 비실비실하는 남편을 보면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해 체력을 키우고 건강을 관리하길 바라는 내 마음을 왜 몰라주는 것일까? 부모가 된 이상, 우리는 그냥 한 사람의 어른이 아니다. 나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돌보고 아끼며 지켜야 한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음으로써 생긴 피해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누워만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닐 텐데. 어릴 때부터 강하게 커서 아파도 참고 불편해도 참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 신랑의 무기력한 모습은 정말 매력 없다. 내가 이런 생각하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남편은 내가 밉고 서운하겠지. 내 몸은 내가, 네 몸은 네가. 이런저런 핑계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본인의 건강은 스스로 챙기는 진짜 어른이 될 수는 없는 걸까?

큰아들에게 아빠한테 가서 괜찮냐고 좀 물어봐~했더니 엄마가 물어보지, 그래? 그런다. 엄마는 성격이 못돼서 그런 거 못 물어봐. 그러니 네가 해~ 결국 아들은 아빠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나가서 친구들과 놀면 신나고 재미있지만, 자꾸 마음이 쓰이고 불편하다. 아. 나도 모르겠다. 아몰랑. 나 그냥 못된 년 할래. 집에서 눈치만 보고 있기엔 나도 내 청춘이 아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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