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샐리 Dec 20. 2021

미국 자취러가 돈 아끼는 방법

    올해 3월에 자취를 시작한 이후 약 9개월 동안 자취는 유료 호흡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예상했던 주거비용과 식비뿐만이 아니라 각종 보험, 공과금, 그리고 부모님과 살 때는 항상 채워져 있던 휴지와 같은 생필품까지 이 모든 게 비용이었다. 이렇게 매달 나가는 비용이 큰 것도 물론 부담이었지만 그보다도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만큼의 비용이 든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주거 비용이 한국과 비교해도 상당한데, 그만큼의 돈을 내고서 낡고 노후된 작은 스튜디오 하나를 겨우 렌트한다는 게 나에게는 너무 말이 안 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1년 조금 안 되는 미국 자취 생활 동안 각 항목 당 돈을 조금씩이라도 아끼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1. 주거

    대부분의 자취러들에게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주거 관련 지출일 것이다. 내가 자취/독립을 결심하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 또한 렌트, 즉 월세였다. 내가 렌트를 찾던 시기는 코로나로 월세가 많이 낮춰져 있는 시기였는데도 스튜디오나 1 bed 대부분은 $1000가 넘었고 세탁기, 건조기가 포함된 유닛은 $1300이 훌쩍 넘었다.

    또한 위의 가격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시의 금액이고 6개월 계약일 경우 그보다 몇백 불씩 더 비쌌다. 한화로 바꾸면 매달 월세로만 150만 원을 내는 꼴인데, 도저히 나는 스스로가 그 금액을 내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룸메이트와 사는 것이다. 룸메이트와 사는 것, 장점과 단점 이란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룸메이트와 살면 주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룸메이트(친구나 가족뿐만 아니라 생판 타인도 포함)와 사는 게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은 언급했듯이 렌트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초년생은 룸메이트와 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Craigslist, Facebook, Roomi 등 룸메이트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도 많다.

    나는 지난 9개월간 2명의 다른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데 성별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데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나름 잘 지내고 있다. 둘 다 생판 남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서운 마음이 있었으나 조심하고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렌트가 가장 큰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사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아낄 수 있다.



2. 공과금 (Utility)  

    나는 렌트에 공과금이 포함된 옵션으로 살아 내가 직접 유틸리티를 낼 일은 없었지만 미국에서는 공과금 회사도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좋다. 작년에 쓰던 회사를 그대로 유지하면 나도 모르게 가격을 올려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한참 후에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 그러니 평소에 나가는 돈을 잘 파악해 두어야 하고 혹시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곳으로 옮기는 게 좋다. 특히 인터넷이 그렇다.



3. 자동차 관련 비용

    미국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하는 가장 큰 소비가 바로 차 구입이다.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없거나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차는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비싼 차나 새 차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코로나의 특수한 경우로 중고차 또한 너무 비싸졌기에 무조건 새 차보다는 중고차를 사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를 구입할 때 중고차 또한 옵션으로 두길 바란다.

    또한 운전을 즐기거나 자주 할수록 연비가 중요하다. 요즘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옵션도 다양하다고 그러니 자신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갖고 싶고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럭셔리 차를 사기에는 차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 관련 비용은 차를 산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산 이후부터가 시작이다. 일단 보험을 내야 하고, 각종 수리비가 든다. 수리비는 나도 부족한 부분이라 조언을 할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고 전구 정도는 내가 갈아봐야지 하다가도 괜히 뭘 잘못 건드렸다가 더 큰 고장을 낼 까 봐 매번 정비소에 간다 (그래도 좋은 정비소를 찾아서 자잘한 건 공짜로 해주더라. 땡큐 땡큐). 하지만 보험은 6개월에 $617.77에서 $511.66까지 낮춰봤다. 일단 1차로 다양한 보험 회사에서 quote을 받고, 그중 가장 싼 곳에 전화를 걸어 더 낮은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자. 보험사들은 각종 코드를 적용시켜 보험 가격을 책정하는데 온라인 quote에서는 빠지는 코드도 있고 또 잘 얘기해보면 몰랐던 코드를 붙여 보험 가격을 내려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전화할 때 최대한 친절하게 해서 받는 상대가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상담원이 더 신경을 써 줄수록 보험은 싸진다.



4. 핸드폰 관련 비용

    나는 최신 핸드폰에 대한 어마어마한 열정은 없어서 대충 3-5년 주기로 핸드폰을 바꾸는 것 같다. 이것도 누군가에겐 너무 자주 바꾸는 거일 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겐 너무 오래 쓴다고 여겨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교체 주기보다 조금 더 길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핸드폰도 자주 바꾸면 환경에도 안 좋고 가격도 부담스럽다. 또 혹시라도 핸드폰을 바꾸게 된다면 꼭 일시불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애초에 일시불로 지불하지 못할 물건이라면 차나 집 빼고는 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핸드폰 통신비도 비싸다.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용량도 적고 느리다. 나는 대학 시절에는 AT&T 에서 달에 $50 정도 하는 플랜을 썼다. 그때 문자, 통화 무제한에 데이터 300MB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호구 호구 그 자체였다. 현재는 mint mobile의 $15/month에 문자, 통화 무제한에 4GB 데이터 플랜을 쓰고 있다. 잘 안 찾아보고 가장 유명한 AT&T나 T-mobile 같은 통신사에서 개통을 하면 정말 호구된다... 나의 민트 모바일의 리퍼럴 링크를 통해 플랜을 신청하면 첫 3달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5. 식비

    식비는 사람 당 편차가 가장 심한 항목일 것 같다. 요리 실력이 좋을수록 식비를 아끼기 쉬울 것 같은데 평균적인 요리 실력을 가진 나로서는 요리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구입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자취 초반에는 집에 갖춰져 있는 재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사는데, 이 금액이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비슷한 재료는 하나로 묶거나 (예로 밀가루나 부침가루 둘 중 하나만 사는 것) 다른 레시피에도 활용 가능한 재료만 사는 것이 도움이 됐다. 양파나 당근 같은 재료는 여기저기 다 쓸 만 하기에 사지만 살라미 같은 자주 활용하기 어려운 식품은 사지 않는 것이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음식에 구색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자취생에게 구색을 맞추기란 사치... 같다....ㅠ. 그리고 한 메뉴를 주야장천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 관련해서는 셀리세끼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외식을 자주 안 한다면 식비는 확실히 아낄 수 있다. 외식을 하더라도 to go를 하거나 쿠폰 등을 잘 사용한다면 적은 가격으로 외식할 수 있다. 또 외식을 할 때 양이 많은 메뉴를 골라 서너 번 먹는다면 한 끼에 $3-$5 정도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아예 음식을 투고한 후 바로 소분을 해 놓으면 소식할 수도 있고 남은 음식이 상할 염려도 낮아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6. 그 외 소비(옷, 전자기기, subscription 등의 비용)

    그 외의 소비는 원래부터 내가 자주 돈을 쓰던 분야가 아니라 큰 조언은 없지만 특정 물건의 경우 큰 세일을 하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있기 때문에 그때를 노려 대량 구매를 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나는 bath & body works에서 일 년에 한 번 세일할 때 손비누와 로션을 잔뜩 쟁여놓는다.

    그리고 취미 생활을 찾거나 일에 집중하면 소비를 할 시간도 없고 물욕도 확실히 적어진다. 지난 10월, 11월에 회사일로 매우 바빴는데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던 달이었음에도 놀랍게도 무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피곤하고 예민하니 물욕은 오히려 잠잠해졌다. 사람마다 다를 것 같긴 하지만 소비보다 더 신경 쓰이는 무언가를 찾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7. 여행

    여행에는 돈을 아끼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 년 여행 예산이 세후 연봉의 5%가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꼭 5%라는 숫자를 쓸 필요는 없지만 적정선을 정해놓고 그걸 지키는 건 중요하다. 여행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상당하고 또 그로 인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그렇다고 럭셔리하거나 분에 넘치는 여행을 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나름의 선을 정해 그걸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여행을 자주 다닌다면 호텔이나 항공사의 신용카드를 하나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이 에서 설명했다.



    내가 미국 자취러로서 지출을 줄이는 방법 7가지를 소개했다. 각 방법에는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나에겐 크게 느껴지지 않거나 감당할 수 있을 정도기에 실행 중이다. 만약 나는 절대 포기 못하겠다 하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실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저 방법 중에 한두 가지는 편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소개해봤다.

    점점 물가가 오르고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우리는 안타깝지만  많이 아끼고 저축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소개한 방법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 회사에서 인정받는 신입사원이 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