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에 자취를 시작한 이후 약 9개월 동안 자취는 유료 호흡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예상했던 주거비용과 식비뿐만이 아니라 각종 보험, 공과금, 그리고 부모님과 살 때는 항상 채워져 있던 휴지와 같은 생필품까지 이 모든 게 비용이었다. 이렇게 매달 나가는 비용이 큰 것도 물론 부담이었지만 그보다도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만큼의 비용이 든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주거 비용이 한국과 비교해도 상당한데, 그만큼의 돈을 내고서 낡고 노후된 작은 스튜디오 하나를 겨우 렌트한다는 게 나에게는 너무 말이 안 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1년 조금 안 되는 미국 자취 생활 동안 각 항목 당 돈을 조금씩이라도 아끼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1. 주거
대부분의 자취러들에게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주거 관련 지출일 것이다. 내가 자취/독립을 결심하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 또한 렌트, 즉 월세였다. 내가 렌트를 찾던 시기는 코로나로 월세가 많이 낮춰져 있는 시기였는데도 스튜디오나 1 bed 대부분은 $1000가 넘었고 세탁기, 건조기가 포함된 유닛은 $1300이 훌쩍 넘었다.
또한 위의 가격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일 시의 금액이고 6개월 계약일 경우 그보다 몇백 불씩 더 비쌌다. 한화로 바꾸면 매달 월세로만 150만 원을 내는 꼴인데, 도저히 나는 스스로가 그 금액을 내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룸메이트와 사는 것이다. 룸메이트와 사는 것, 장점과 단점 이란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룸메이트와 살면 주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룸메이트(친구나 가족뿐만 아니라 생판 타인도 포함)와 사는 게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은 언급했듯이 렌트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초년생은 룸메이트와 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Craigslist, Facebook, Roomi 등 룸메이트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도 많다.
나는 지난 9개월간 2명의 다른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데 성별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데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나름 잘 지내고 있다. 둘 다 생판 남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서운 마음이 있었으나 조심하고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렌트가 가장 큰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사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아낄 수 있다.
2. 공과금 (Utility)
나는 렌트에 공과금이 포함된 옵션으로 살아 내가 직접 유틸리티를 낼 일은 없었지만 미국에서는 공과금 회사도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가격을 비교해보는 게 좋다. 작년에 쓰던 회사를 그대로 유지하면 나도 모르게 가격을 올려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한참 후에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 그러니 평소에 나가는 돈을 잘 파악해 두어야 하고 혹시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곳으로 옮기는 게 좋다. 특히 인터넷이 그렇다.
3. 자동차 관련 비용
미국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하는 가장 큰 소비가 바로 차 구입이다.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없거나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차는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비싼 차나 새 차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코로나의 특수한 경우로 중고차 또한 너무 비싸졌기에 무조건 새 차보다는 중고차를 사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를 구입할 때 중고차 또한 옵션으로 두길 바란다.
또한 운전을 즐기거나 자주 할수록 연비가 중요하다. 요즘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옵션도 다양하다고 그러니 자신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갖고 싶고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럭셔리 차를 사기에는 차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 관련 비용은 차를 산다고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산 이후부터가 시작이다. 일단 보험을 내야 하고, 각종 수리비가 든다. 수리비는 나도 부족한 부분이라 조언을 할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고 전구 정도는 내가 갈아봐야지 하다가도 괜히 뭘 잘못 건드렸다가 더 큰 고장을 낼 까 봐 매번 정비소에 간다 (그래도 좋은 정비소를 찾아서 자잘한 건 공짜로 해주더라. 땡큐 땡큐). 하지만 보험은 6개월에 $617.77에서 $511.66까지 낮춰봤다. 일단 1차로 다양한 보험 회사에서 quote을 받고, 그중 가장 싼 곳에 전화를 걸어 더 낮은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자. 보험사들은 각종 코드를 적용시켜 보험 가격을 책정하는데 온라인 quote에서는 빠지는 코드도 있고 또 잘 얘기해보면 몰랐던 코드를 붙여 보험 가격을 내려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전화할 때 최대한 친절하게 해서 받는 상대가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상담원이 더 신경을 써 줄수록 보험은 싸진다.
4. 핸드폰 관련 비용
나는 최신 핸드폰에 대한 어마어마한 열정은 없어서 대충 3-5년 주기로 핸드폰을 바꾸는 것 같다. 이것도 누군가에겐 너무 자주 바꾸는 거일 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겐 너무 오래 쓴다고 여겨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교체 주기보다 조금 더 길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핸드폰도 자주 바꾸면 환경에도 안 좋고 가격도 부담스럽다. 또 혹시라도 핸드폰을 바꾸게 된다면 꼭 일시불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애초에 일시불로 지불하지 못할 물건이라면 차나 집 빼고는 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핸드폰 통신비도 비싸다.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용량도 적고 느리다. 나는 대학 시절에는 AT&T 에서 달에 $50 정도 하는 플랜을 썼다. 그때 문자, 통화 무제한에 데이터 300MB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호구 호구 그 자체였다. 현재는 mint mobile의 $15/month에 문자, 통화 무제한에 4GB 데이터 플랜을 쓰고 있다. 잘 안 찾아보고 가장 유명한 AT&T나 T-mobile 같은 통신사에서 개통을 하면 정말 호구된다... 나의 민트 모바일의 리퍼럴 링크를 통해 플랜을 신청하면 첫 3달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5. 식비
식비는 사람 당 편차가 가장 심한 항목일 것 같다. 요리 실력이 좋을수록 식비를 아끼기 쉬울 것 같은데 평균적인 요리 실력을 가진 나로서는 요리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구입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자취 초반에는 집에 갖춰져 있는 재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사는데, 이 금액이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비슷한 재료는 하나로 묶거나 (예로 밀가루나 부침가루 둘 중 하나만 사는 것) 다른 레시피에도 활용 가능한 재료만 사는 것이 도움이 됐다. 양파나 당근 같은 재료는 여기저기 다 쓸 만 하기에 사지만 살라미 같은 자주 활용하기 어려운 식품은 사지 않는 것이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음식에 구색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자취생에게 구색을 맞추기란 사치... 같다....ㅠ. 그리고 한 메뉴를 주야장천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 관련해서는 셀리세끼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외식을 자주 안 한다면 식비는 확실히 아낄 수 있다. 외식을 하더라도 to go를 하거나 쿠폰 등을 잘 사용한다면 적은 가격으로 외식할 수 있다. 또 외식을 할 때 양이 많은 메뉴를 골라 서너 번 먹는다면 한 끼에 $3-$5 정도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아예 음식을 투고한 후 바로 소분을 해 놓으면 소식할 수도 있고 남은 음식이 상할 염려도 낮아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6. 그 외 소비(옷, 전자기기, subscription 등의 비용)
그 외의 소비는 원래부터 내가 자주 돈을 쓰던 분야가 아니라 큰 조언은 없지만 특정 물건의 경우 큰 세일을 하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있기 때문에 그때를 노려 대량 구매를 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나는 bath & body works에서 일 년에 한 번 세일할 때 손비누와 로션을 잔뜩 쟁여놓는다.
그리고 취미 생활을 찾거나 일에 집중하면 소비를 할 시간도 없고 물욕도 확실히 적어진다. 지난 10월, 11월에 회사일로 매우 바빴는데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던 달이었음에도 놀랍게도 무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피곤하고 예민하니 물욕은 오히려 잠잠해졌다. 사람마다 다를 것 같긴 하지만 소비보다 더 신경 쓰이는 무언가를 찾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7. 여행
여행에는 돈을 아끼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 년 여행 예산이 세후 연봉의 5%가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꼭 5%라는 숫자를 쓸 필요는 없지만 적정선을 정해놓고 그걸 지키는 건 중요하다. 여행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상당하고 또 그로 인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그렇다고 럭셔리하거나 분에 넘치는 여행을 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내 나름의 선을 정해 그걸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여행을 자주 다닌다면 호텔이나 항공사의 신용카드를 하나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설명했다.
내가 미국 자취러로서 지출을 줄이는 방법 7가지를 소개했다. 각 방법에는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나에겐 크게 느껴지지 않거나 감당할 수 있을 정도기에 실행 중이다. 만약 나는 절대 포기 못하겠다 하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실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저 방법 중에 한두 가지는 편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소개해봤다.
점점 물가가 오르고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우리는 안타깝지만 더 많이 아끼고 저축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소개한 방법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