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미국의 부동산 웹사이트 Zillow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경제인구의 30%가 룸메이트와 함께 산다고 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물가가 높은 도시일수록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인구가 많은데, 도시의 살인적인 렌트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얘기다. 이와 같이 너무 비싼 렌트와 동결된 임금 때문에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직접 룸메이트와 살아보니 돈을 아끼는 것 말고도 장점이 많아서 내가 직접 경험한 룸메이트와 사는 것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소개하겠다.
1. 주거비용 감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주거비용의 감소다. 내가 사는 덴버 지역의 1 bed 아파트의 평균 비용은 $1748, 2 bed는 $2418로 로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룸메이트와 삼으로 인해 주거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나의 경우, 현 룸메이트와는 유틸리티를 포함해 $880을, 앞으로의 룸메이트와는 유틸리티 포함 $870을 렌트로 낸다.
2. 물건을 빌릴 수 있다
룸메이트와 살면 둘이 같이 쓸 수 있는 공용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쓸 수 있다. 내가 제일 만족했던 부분은 공용 공간을 꾸밀 가구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 부피가 큰 물건, 특히 가구가 부담스러운데 룸메이트와 살면서 이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특히 이번 집은 침대, 옷장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더더욱 가볍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
또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필요하고 대부분의 경우엔 필요 없는 물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양치질을 하던 중 교정 유지 장치에 칫솔모 한 가닥이 걸려 빠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칫솔모가 너무 짧아 손가락으로는 절대 뺄 수 없었고 핀셋 집게 같은 것이 필요했는데 나에게 핀셋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치과를 가야 하나 아마존으로 핀셋을 주문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룸메이트에게 혹시 핀셋이 있나 물어봤고, 나의 구세주 룸메이트는 핀셋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칫솔모와 한 몸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황당한 일이 흔하진 않지만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혼자 자취하는 사람에겐 엄청난 장점이다.
3. 안전
여자 혼자 살면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안전, 치안일 것이다. 룸메이트와 살면 인원이 많기 때문에 더 든든한 점이 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한 명이 막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신고할 수도 있는 거고. 도둑도 여자 둘 사는 집보다는 한 명 사는 집을 노릴 것 같아 룸메이트와 있으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4. 인간과의 교류
나는 평생을 아싸로 살아왔고 여태껏 협소한 인간관계에 불만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필요한 교류의 양도 평균보다 현저히 적고 가족과의 소통으로 부족한 교류를 채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립을 하게 되면서 아무리 아싸라도 아주 가끔씩 외롭거나 심심해져서 누군가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너무 고요한 집에 혼자 있으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 걸고 교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참 큰 장점이다.
1. 공간을 나눠 쓰는 것
아무리 룸메이트와 사이가 좋아도 공간을 나눠 쓴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독립된 공간을 향한 소유욕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라 공용공간에 동시에 있을 때 어색한 기류가 느껴지긴 한다. 예를 들어 룸메이트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나는 저녁을 먹는 상황이라면 괜히 룸메이트를 피해 방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어찌 됐던 내가 아닌 존재와 공간을 공유하는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분명 있다.
2.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청결에 대한 기준
아무리 깨끗하거나 더러운 사람이더라도 그들보다 더 깨끗하고 더 더러운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일치하지 않으면 좀 불편할 수는 있다. 특히 공용공간을 얼마나 청결하게 유지하느냐 가 다툼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룸메이트보다는 내가 청결의 기준이 높긴 하나 룸메이트가 집주인이기에… 내가 보기에 좀 더럽더라도 어찌 됐든 자기 집인데 라는 생각에 그다지 거슬리진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다툼은 지명하다.
3. 마음대로 노래 못 부르는 것
이것은 나 개인의 취미 때문일 수도 있는데, 나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크게 노래를 틀고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룸메이트와 살면 (그리고 싱글 하우스가 아닌 방음이 안 되는 주거형태라면) 나 혼자 살 때만큼 마음대로 큰 소리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운전하면서 노래를 크게 트는 것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고 나에게 결정적인 단점은 아니다.
4. 집에서도 옷차림을 어느 정도 신경 써야 하는 것
여자들이라면 공감을 할 텐데, 집에 들어오면 브래이지어부터 벗어던지는 사람 많을 것이다. 꼭쥐쓰 가슴 가리개는 밖에서만 입는 것으로 족하다... 꼭 속옷이 아니더라도 집 안에서는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리 같은 성별이라고는 해도 남과 함께 사는 공간에서는 혼자 사는 것만큼 편하게 다니기는 힘들다. 한 예로 본가에서 나는 찢어진 티셔츠를 잠옷으로 입었다. 하지만 룸메이트와 살게 되면서 찢어진 옷까지는 입기 괜히 신경 쓰이더라.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모든 단점 중에 나에게는 이 단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현재 룸메이트와 큰 다툼 거리가 없었다. 아마 룸메이트가 많이 배려해준 탓이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조심하며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예로 룸메이트는 집에 누군가가 방문할 시에 (룸메이트의 가족, 집을 고치러 오는 사람 등) 꼭 미리 얘기를 해줬다. 나는 갑작스럽게 내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에 크게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배려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또 쓰레기를 내놓고 공용공간을 청소하는 것은 본인이 담당하겠다 초반부터 말했기 때문에 나는 내 방과 화장실만을 치우면 됐다. 물론 안 맞는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해 놓는 편인데 반해 룸메이트는 모아서 하는 편으로 룸메이트의 접시로 설거지 공간이 꽉 차 난처할 때도 있었다. 또 빨래를 하러 세탁기를 여니 룸메이트의 옷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잘한 일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기 때문에 완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내가 룸메이트와 살며 배운 점은 100% 맞지 않더라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서로 배려와 존중하며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룸메이트 사정이 나와 같이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고 긍정적인 첫 룸메이트와의 경험으로 꽤 오래동안은 혼자 살지 않고 룸메이트를 찾을 것 같다. 나와 맞는 룸메이트를 찾기 위해서는 많이 찾아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