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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Aug 14. 2021

올해 벌써 두번째 이사 (3)

단순하게 생각하자, 제발

    어느새 내일이 대망의 이삿날이다. 계획한 대로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 중임에도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지….

    방은 지난 며칠 사이 더욱 난장판이 됐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저거는 이 박스에 넣고 저건 따로 묶어서 깨지지 않게 담요에 싸서 가져가고' 등 계획을 세웠건만 물건을 박스에 넣어보려 했더니 너무 커 박스에 들어가지 않거나 생각보다 차가 작고 짐이 많아 최악의 경우 두 번에 나눠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는 일들이 생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하면 되는 건데 왜 나는 이런 자잘한 예기치 못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정말 화난다.


   며칠째 이삿날의 날씨와 강우량을 확인하고, 매트리스를 가져가기로  업체에도 혹시 예약에 착오가 있었을까, 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냈다. 어쩌면 나는 OCD(강박장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OCD 같은 자리, , 색등 무언가를 고집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OCD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강박장애 정도의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여타 남에 비해서 불안감이 높은  사실인  같다. 내가 기억하는  불안은 7, 인도네시아에   복도 벽의 금을  순간이다. 마침 지진대와 인도네시아가 불의 고리라는 지진대에 위치했다는 것을 배운 나는 어쩌면 벽에  금이 지진의 전조 거나 이미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나는 며칠 동안이나 지진이 나는 악몽을 꿨다. 나를 이렇게 스트레스받게 하는 원인인 동시에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나의 가장  원동력 또한 불안감이다. 어쩌면 내가 경제적 자유에 집착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직장,  나라가 언제까지 나에게 안정감을 제공할지도 모르겠고, 나를 보호할  있는  스스로밖에 없다는 생각이 독립  더더욱 강해진다.


    그렇다고 SO (significant other)나 친구, 가족과 이 부담, 불안감을 나눠갖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 혼자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와 만족감을 깨달았고, 또 나의 성격상 둘이 되면 내가 두 명 어치 불안을 떠 앉으면 앉지 나눌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ㅎ. 20대 중반, 내 삶을 내가 계획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 게 두렵기는 하지만 여태까지의 어린 시절이 게임으로 치면 튜토리얼 모드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불안감을 잠재울 방법을 안다. 해치워 버리면 된다.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치운 경험치가 축적되면 언젠가 이런 쪼렙 이벤트 정도론 눈썹 하나 까딱 안 하는 만렙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쪼렙 시기가 즐겁다고는 절대 말 못 하지만, 멋진 어른이 될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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