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샐리 Jan 02. 2022

8년을 살았던 집이 산불로 재가 돼버렸다

내 일이 되기 전까진 진짜가 아니었다


     이틀 전 맨해튼 시내를 걷던 내게 긴급 대피 명령을 담은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뉴욕에 무슨 일이 있나? 테러인가?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뉴욕이기에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 다급하게 주위의 뉴요커들을 돌아봤지만 그들은 평온하기만 했다.

     대피 명령은 뉴욕이 아닌 콜로라도의 볼더 카운티의 대피 명령이었다. 재작년 여름, Calwood 산불이 집에서 보일 정도로 가까워 지자 불안감에 동네 위급 메시지 알림 시스템에  전화번호를 등록해두었는데 그것을 통해서  전화였다.


2020년 Calwood 산불로 붉게 물든 하늘. 이젠 볼 수 없는 우리집에서


    불과 작년 봄까지만 해도 내가 살던 그 집이 불타 없어졌다. 어느 동네는 바람이 비껴나가 전혀 타지 않았다던데 우리 동네는 단 한 채도 남겨놓지 않고 다 재가 되었다. 다행히 현재 가족들은 이사를 가 그 집에 살지 않아 안전했지만 그렇더라도 충격이 컸다.

    그 집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 와 처음으로 구매한 집이고 내가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낸 집이다. 오랜 시간을 산 만큼 자연스럽게 이웃들도 알게 되었다. 왼쪽 집에는 나이 많은 노부부가 살았는데 눈이 오면 그들 쪽의 인도도 치우고는 했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폭설에 혼자 끙끙대며 눈을 치우는 걸 본 옆집 아저씨가 큰 도움을 줬고, 그게 너무 고마워 할머니 할아버지만 계실 때에는 눈을 치워드렸다. 오른쪽 집에는 나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네 가족이 살았다. 같이 합창 수업을 듣던 친구였는데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집 강아지 밀리와 사이가 굉장히 나쁜 푸들 두 마리가 살았고 산책 냥이 블루가 가끔씩 우리 집을 찾아오기도 하는 안전하고 조용한, 홈타운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동네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그 동네가 불타 없어졌다.


동네 산책냥이 블루


     미국 서부에서 산불은 큰 문제다. 콜로라도뿐만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레건과 같은 주들도 마찬가지다. 서부의 주들은 건조하고 바람이 심해 산불이 나기도 쉽지만 진압하기는 더 어렵다. 산불은 항상 문제였지만 이 만큼 산불이 가깝게 다가왔던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이 아직도 그 집에 살았더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사망할 수도 있었다. 나와 가족들이 다른 동네에 사는 게 다행스러운 반면 아직 친구와 이웃들이 남아있기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 일이 되기 전까진 진짜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하루 만에 너무 진짜가 되어버렸다.


    산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 작은 동네에 1000채 정도의 집이 전소되었다고 예상하고 있고, 어제 내린 8인치의 눈이 수색과 진압을 하는데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100 mph가 넘는 강풍에 아마 내 이웃들은 중요한 물건들을 챙길 새도 없이 가족들과 반려 동물만 데리고 대피를 했을 것이다. 내가 과외를 하는 아이의 가족도 현재 호텔에 머물고 있다.


   뉴욕의 호텔에서 Marshall Fire의 피해자들을 돕는 기부 링크를 살펴보며 그중에 하나에 기부를 했다. 여행이 끝나고 덴버로 돌아가게 되면 봉사를 할 수 있는지도 찾아볼 것이다. 나는 이 동네에게 안전한 어린 시절과 좋은 추억을 쌓을 기회를 받았다. 언젠가는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떠난 지 일 년도 안되어 다시 볼 수 없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번 일로 누구에게라도 이런 피해는 발생할 수 있으며 나도 그 예외는 아니라는 걸 느꼈다. 자연재해는 더 자주, 강하고 가깝게 일어난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 이웃들도 연말에 들떠 있었을 뿐 누구도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혹시 이번 콜로라도 Marshall fire의 피해자들을 돕는 기부에 관심이 있다면 밑에 링크를 걸어뒀다.

기부 링크 1

기부 링크 2

기부 링크 3




매거진의 이전글 바이 바이 2021, 헬로 20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