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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Jul 06. 2022

동물농장 사육곰들이 찾은 파라다이스

와일드 애니멀 생추어리

    지난 일요일, 동물농장 1063회에 방영한 평생을 철창에 갇혀 살던 동해시 사육곰들의 집이 된 미국 콜로라도의 Wild Animal  Sanctuary를 방문했다. 동물농장 애청자이던 나는 사육곰들의 구조 과정부터 유튜브로 봐 왔는데 그 곰들이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생추어리에 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고 꼭 보러 가야겠다 결심했다.

이 생추어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실 동물농장을 통해서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야생 동물 생추어리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미국 안에서의 구조도 활발히 하는데, 그렇기에 유튜브 채널 더 도도에 소개된 이 이야기를 통해 처음 와일드 애니멀 생추어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와일드 애니멀 생추어리는 덴버 시내에서 약 40마일 (64km) 떨어진 Keenesburg에 위치한 1980년도에 설립된 갈 곳 없는 동물들을 구조, 보호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 당하는 규모다.

    생추어리에 입장을 하자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에 압도당했다. 이 넓은 들판은 각 동물의 필요에 맞게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같은 동물끼리도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사이가 나쁜 개체는 붙어있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날이 더워 동물들이 그늘에 숨거나 무기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동물들은 꽤나 활달했다. 아마 동영상과 같이 생추어리 중간중간 작고 큰 연못에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콜로라도의 땡볕에도 덜 지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곰들이 이 간이 연못을 즐겨 사용하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때 현장학습으로 갔던 동물원에서 본 좁은 우리에 갇혀 더위에 헉헉 거리던 북극곰과 이곳의 동물들은 매우 달랐다. 훨씬 더 넓은 곳에서 방문객들의 고성과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동물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번에 생추어리를 다녀오면서 그 북극곰 생각이 많이 났다.


돌아올 때는 더울 텐데도 꼭 붙어 자던 곰들! 정말 친한가 보다.

 

   생추어리에는 곰뿐만 아니라 여우, 말, 낙타, 늑대, 알파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야외로 나가는 문이 열려있음에도 사람들에게 노출된 실내 공간에 있던 사자들이었는데 직원의 말에 따르면 주로 나이가 많은 사자들로 젊은 사자들과 부대끼기(?) 싫어 이곳에 있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젊은 사자와 있느니 차라리 인간을 선택하다니 다시 생각해보니 매우 논리적이라 납득했다 (인간은,,, 조빱이니까,,,,).

   

2018년에는 한국에서 아프리칸 사자를 구조했다!

    이 동물들은 지금은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편안히 살아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개인이 불법적으로 밀입국했거나 동물들을 데리고 있던 동물원이 파업하며 갈 곳이 없어졌기에 이곳으로 보내졌다. 한국에서의 열약한 환경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사는 사육곰들도 그렇게 구조되었다. 

공을 가지고 놀던 하얀 호랑이/ 자는 모습이 우리 밀리랑 똑 닮은 늑대

    이 생추어리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시설이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이 동물들이 결코 적게 먹진 않을 텐데... 직원들의 월급과 식비와 그 외 유지비용을 주나 연방정부의 지원 전혀 없이 운영된다니 그게 가능한 것인지 너무 놀랍다.

동물을 사랑하던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경우가 많았다.

    하늘 다리를 건너는 동안 기부자들의 이름이 쓰인 명패를 발견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의 삶에 깊이 신경을 쓰는구나 느껴져 감동스러웠다. 나는 말로만 동물을 좋아한다고 하고 정작 행동한 건 없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마음으로 지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접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 덕분에 정부의 지원 없이도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

날씨가 나쁘면 파이프로 연결된 지하 굴에서 비를 피한다고 한다

    콜로라도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Wildlife Animal sanctuary를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까이서 자연스러운 상태의 동물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 집 밀리 (강아지)를 닮은 늑대를 좀 오랜 시간 지켜봤는데 시선이 거슬렀는지 늑대가 나를 째려보아 쫓기듯이 갈 길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늑대가 우리 밀리가 자는 것 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졸려 죽겠는데 인간이 부담스럽게 쳐다보아서 기분이 별로였나 보다. 사실 늑대는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인간적 해석을 덧붙여가며 재미있게 다녀왔다! 

 방문이 어렵지만 동물들의 구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기부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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