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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Jun 29. 2022

내가 아마도 더 이상 룸메이트와 살지 않을 이유

    룸메이트와 사는 것은 많은 장점과 또 그만큼의 단점이 있다. 나는 작년 룸메이트와 사는 것, 장점과 단점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글은 어찌 보면 지난 일 년간 룸메이트와 살면서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루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의 글에서 다룬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저렴한 렌트를 내고 있고 혼자 살 때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며 룸메이트의 물건을 때때로 빌리기에 불필요한 지출과 환경오염을 지양할 수 있다. 달라진 것은 단점이다. 첫 룸메이트와의 5개월을 기반으로 작성한 작년의 글과 다르게 일 년 사이에 룸메이트도 달라졌고 나도 달라졌고 상황도 달라졌다. 그 변화로 인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게 됐고 단점이 아니던 것이 단점이 되었다. 여전히 룸메이트와 사는 게 사회초년생에게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누락한 단점들에 무지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할까 봐 왜 그리고 어떻게 내 생각이 바뀌었는지 나눠보고자 한다.







1. 룸메이트가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 숨기고 있던 본인의 성격이 나타났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룸메이트는 작년 내가 글을 작성했던 첫 룸메이트와 아예 다른 사람이다. 나와 나이대가 비슷하고 조용하고 개인적이던 전 룸메이트와 다르게 현재 룸메이트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엄마 또래다) 흥이 많고 사교적이다. 이 차이점이 내 생활에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지 계약할 때는 몰랐지만 룸메이트의 성향과 내 성향이 다르다는 건 꽤 큰 마찰을 가져오기도 한다.

    함께 살지 않으면 모르는 성향 차이도 존재하고 점점 서로의 존재가 편해질수록 나타나는/알게 되는 성격도 있다. 그렇기에 룸메이트와 살 때는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결정해야 하지만 나는 첫 번째 룸메이트의 성향이 너무 잘 맞았기에 미처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실감이 난다.

    지난 글에서 성향의 차이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 같다. 물론 성향이 달라도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상대를 대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  나와 성향이 매우 다른 현재 룸메이트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첫 룸메이트 때보다 확연히 불편하다. 가장 편해야 할 집에서 내가 나로 있지 못하고 참고 인내하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스트레스였다. 물론 아직도 나에게 그 스트레스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올해 2월, 룸메이트의 다른 성향을 알게 된 후에도 6개월 계약 연장을 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현재 룸메이트를 만나 계약을 했던 8월보다는 더 오래 그리고 깊이 고민을 했다. 그러니 본인이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2. 내가 변했다

    사람은 변한다. 그리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3월 나는 첫 독립을 했다. 대학은 다른 주로 가는 거라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집에서 통학할 거리의 대학을 갔고 취직을 하면 이번에는 기필코 독립을 하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대학 졸업을 몇 달 앞둔 2020년 3월, 코로나가 터졌다. 그렇기에 취직 후에도 자취가 경제적, 상황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이 되었고 부모님이 타주로 이사를 가면서야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바라 왔던 첫 독립이었던 만큼 룸메이트와 맞고 맞지 않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독립 1년 반이 되어가는 지금 소위 "자취 뽕" 이 빠지자 더 이상 참고 살고 싶지 않아 졌다.

    또 연봉이 증가한 것도 큰 원인 중 하나다. 첫 월급에 비해 많은 액수를 벌게 되면서 높게만 보였던 렌트비를 어쩌면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Lifestyle Inflation 이 어김없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퇴근 후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다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를 발견하면 핸드폰에 그 아파트를 검색해 렌트를 찾아보고는 했다. 그 정도로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갈망이 커져갈 때 룸메이트와 헤어지는 게 오히려 이득이 되는 상황이 생겼다.



3. 상황이 변했다

    일 년간의 긴 노력 끝에 나는 이직을 했다. 주에 이틀은 오피스로 출근을 하던 전 직장과 다르게 현 직장은 재택근무를 함으로 (미국 내 라면 장소의 제한이 없다) 굳이 한 장소에 메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현재 룸메이트와의 리스가 끝나는 8월 중 부모님이 계신 테네시로 이사를 가기로 다짐했다. 부모님과 살게 되면 현재 내는 렌트보다 훨씬 더 적은 렌트를 내고 강아지 밀리와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 밀리는 올해 초에 골육종(뼈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밀리와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질 것 같다.

    2년도 못 채우고 다시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는 게 멋쩍기는 하지만 그게 경제적, 상황적, 정신적으로도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1년 반의 자취 생활 동안 안 그래도 예민하고 걱정 많던 내 성격이 더 극심해진 걸 느꼈다. 사람과의 교류 없이 혼자 있으니 걱정이 끝도 없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심지어는 나의 걱정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건가 두려워 심리 상담을 받기까지 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다행히 나는 정신이 건강한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 부모님과 산다면 그런 걱정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또 다른 이유로는 드디어 집을 사겠다는 마음이 좀 더 현실화된 게 있다. 지금껏은 막연히 언젠가는 집을 사고 싶다 정도의 소망이었다면 이제는 집을 사기 위해 다운 페이먼트를 모으기 시작했다. 집값이 많이 올라서 다운 페이먼트를 마련하는 것도 한참 걸릴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 싶다.




    비록 앞으로는 룸메이트와 살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현재 룸메이트와 엄청나게 틀어져서는 아니다. 룸메이트도 노력을 했고 나도 노력했다. 둘 다 이득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하고 사는 것인데 상황이 바뀐 것뿐이기에 최대한 깔끔하고 서로 불만이 없게 잘 마무리하고 싶다. 그걸 네가 잘못했다느니 내가 잘못했냐느니 하며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또 집주인이었던 룸메이트들과 살며 룸메이트와 사는 게 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나도 미래에 집을 산다면 룸메이트를 찾아볼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룸메이트와 살지 않을 것이다.



TL;DR. 돈 아끼고 싶다면 룸메이트와 사는 거 무조건 추천. 자취 뽕/독립 뽕 안 빠졌을 때 살아야지 시간 지나고 나면 더 누구랑 같이 살고 싶지 않아짐 & 같이 살기 힘들어짐. 룸메이트 성격과 내 성격 맞는 게 매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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