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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Jul 31. 2021

미국은 철저한 인맥주의

매사에 친절하자. 노력이라도 하자.

        "Don't burn your bridges"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직역하면 다리를 불태우지 말란 소리로, 여기서 다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는 아무리 좆같힘들더라도 관계를 부정적으로 잘라내지 말란 뜻인데,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미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관용구다. 인맥이라 하면 괜히 재벌 2세들의 사교 모임이 생각나지만 실상 내가 맺는 모든 관계가 인맥이다.

    물론 나의 모든 관계가 긍정적이지는 않다. 때로는 정말 안 맞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의 소름 끼치는 사상에 진절머리가 날 때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까지 참고 인내하란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를 조금 거슬리게 하거나 내가 인내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라면, 제발 제발 제발 내가 먼저 언짢은 티는 내지 말자. 이미 불이 붙은 다리에서는 당연히 뛰어내려와야 하지만 내가 먼저 불을 붙이는 일만은 하지 말자. 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나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거기서  학년 위의 친구와 만나게 되었는데,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다. 편의상  친구는 이필립이라 하겠다. 강의는 프로젝트가 주를 이뤘고 2 혹은 3명씩 마음에 드는 사람과 팀을 이뤄 과제를 내는 형식이었다. 이필립과 나는 각자 다른 친구와 팀을 이뤘다. 하지만 학기 중간에 이필립과 이필립의 팀메이트 사이에 다툼이 있어 나와  친구의 그룹에 끼어달라고 했고, 나와 친구 모두 흔쾌히 받아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필립은 과제를 열심히는 했으나  하진 못했다. 과제 마감을 하루 앞둔 시기까지도 이필립은 자기가 맡은 부분을 끝내지 못하였고 나와 친구는 이러다가 마감을 넘기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필립을 우리 팀에 넣자고 권유한  나이기에,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결국 과제는 내가 코드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으로 시간 내에 제출할  있었다.


    솔직히 짜증이 안 났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금요일 저녁, 스터디 홀에 앉아 김필립이 쓰던 코드를 해석하길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데, 내가 왜 이필립과 함께 팀을 하자고 해서 이 고생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이필립에게 내색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내색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이필립은 나에게 매우 미안해했고, 어떤 식으로 던 그날의 일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필립은 학기가 끝나기 전에 은혜 갚은 까치가 되어 나타났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올라가는 방학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학생 신분 중에 인턴십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신분 문제가 해결되자 인턴십을 찾는 데에 심혈을 기울었는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방학을 한 달 앞둔 시기까지도 인턴십을 찾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던 이필립은, 자기가 수강하는 강의의 교수가 스타트업을 차렸는데 인턴을 찾고 있다며 나에게 혹시 관심 있냐고 물었다.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던 나는 제발 부탁 하마 했고 이필립은 나를 교수에게 추천했다. 우연히 이필립이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았는데 정말 과할 정도로 나를 똑똑하고, 책임감 있으며, 인성적으로 훌륭한 친구라며 추켜세워줬다. 덕분에 나는 속전속결로 인터뷰를 보고 합격하여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필립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인턴십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실제로 나의 인턴십 포지션은 링크드인, 글라스 도어 등의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이와 같이 많은 기회들이 알음알음 관계자들과 그들의 인맥에 의해 채워진다. 이는 한국인이 보기에 불평등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무나 추천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인정한 상대만 추천하며 좋은 말만 쓰지 않고 나쁜 얘기를 쓸 때도 있다 (교수의 추천서라던가). 본인이 추천한 상대가 기대 이하라면 본인의 평판에도 먹칠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나도 인턴십을 그만두면서 2명의 친구를 추천하고 나왔는데, 둘 다 친한 건 당연하고 코딩 실력도 수준급이기에 추천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사장님도 만족하신 걸로 봐서 서로서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ㅎㅎ.

    그 외에도 내가 CA (Course Assistant)를 하기 위해 받은 교수의 추천서, 더 과거로 가면 대학 입시 시절 수학 선생님께 받은 추천서 등 스물 네해 동안만 해도 나는 많은 사람에게 평가받고, 추천받으며 기회들을 얻어냈다. 그들이 나를 높게 평가해 주지 않고 내가 잘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 지금의 나만큼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의 평가에 주눅 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혼자 사는 아싸라도 (NADA) 이 사회에 사는 이상 도움을 받고, 또 주게 되어있다. 그러니 적을 만들지 말고 나의 성공을 지지해줄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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