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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Aug 08. 2021

올해 벌써 두번째 이사 (1)

미니멀리스트가 돼야 한다

    8월 14일, 나는 올해 벌써 두 번째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사한 지 겨우 5개월, 이제 겨우 지금 사는 집과 룸메이트에 익숙해지고 정이 붙었는데 벌써 이사라니. 출퇴근이 운전으로 왕복 2시간, 거리로는 거의 100km가 아니었다면 아마 여기서 계속 살았을 텐데 재택근무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끝났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와는 얘기를 잘해서 6개월 계약보다 한 달 일찍 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독립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많았을 텐데, 룸메이트에게는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독립 후 호기롭게 룸메이트와 살겠다 하였으나 만약 룸메이트와 트러블이 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이사를 결정하고 짐을 옮기는 데 사람을 쓸까 생각도 해봤지만 견적을 보고 포기했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만큼의 짐인데도 $500 이상 나오는 견적을 보니 어떻게든 스스로 이사를 하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미국은 정말 인건비가 비싸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어서 짐을 옮기는 것은 걱정이 안 되지만 이 짐이 중형차도 아니고 준중형차에 전부 들어갈까는 걱정이 되어 가장 큰 짐은 미리 살짝 넣어봤다. 여러 번에 나눠서 옮긴다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일 듯하다. 무리하는 걸 안 좋아해서 일주일 동안 조금씩 짐을 쌀 예정이다. 그래서 방 꼴이 말이 아니다.

엉망진창인 방


    홈 디포에 가서 큰 박스 하나와 작은 박스 세 개를 사 왔다. 저번 이사는 그래도 어머니가 도와주셨는데 이번 이사는 정말 나 혼자서 하는 거라 긴장도 된다. 그리고 이번에 짐을 싸면서 옷과 옷걸이 양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분명 옷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짐을 싸다 보니 저 큰 박스 하나를 다 채울 만큼의 옷이 있던 것이다…. 스스로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이렇게 짐이 많은데 내가 맥시멀 리스트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미니멀리스트는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짐을 비우느라 냉털도 하고 내가 가진 물건이 뭔지, 그중에 필요한 건 무엇인지 판단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분명 5개월 전 이사 때도 버릴 만큼 버렸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쓰는 물건은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그 물건들을 사는 데 쓴 돈과 낭비된 자원, 손상된 환경을 생각하니 괜히 씁쓸하고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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