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라
파이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제적 자립 숫자, FI 넘버에 대해서 알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자립을 이루게 하는 액수로 은퇴 가능 금액과도 동의어로 쓰일 때가 많다. 이 숫자를 계산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인데, 가장 간편하고 보편화된 방법은 바로 4% 룰이다. 이는 트리니티 연구에 근거해 75대 25의 주식과 채권 비율과 4%의 인출률을 사용한다면 은퇴 후 자금이 고갈되는 일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FI = (일 년 생활비) *25 공식을 통해 파이어 넘버를 구할 수 있다. 예로 일 년 생활비가 $40,000이고 4%의 인출률이라면 파이어 넘버는 $1,000,000 인 것이다.
이 방법은 가장 간단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이 이론의 근거가 되는 트리니티 연구의 경우 1926년부터 1995년 사이의 다양한 30년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은퇴 후 자금이 고갈되지 않는 인출률과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발표했는데, Financial Samurai에 의하면 이 연구가 발표된 1998년의 10년 채권의 경우 4.41%에서 5.6%의 수익률이 있었던 반면 2021년의 10년 채권 수익률은 겨우 0.64%에서 1.41% 사이다. 그는 채권의 수익이 4% 이상이 보장되는 시기엔 당연히 4% 인출률이 안전했겠지만 현재의 새로운 인출률은 10년 채권의 수익률 * 0.8 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4% 룰을 따라 $1,000,000 이였던 파이어 넘버는 무려 $3,546,099 이 된다.
그의 주장을 따라 새로운 N% 룰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이다. 일 년에 겨우 4000만 원을 쓰기 위해 35억 이상 (편의상 $1 = 1000원으로 계산)을 모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파이어 커뮤니티에서 큰 의심 없이 마치 법처럼 받아들여지는 4% 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흥미롭다.
아무리 트리니티 연구가 역사적인 데이터에 근거했다 하더라도 미래에도 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기에 4% 룰을 맹신하기보다는 대략의 경제적 자립 숫자를 파악하는 용도로만 써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상황은 다르기에 주식 이외에 다른 파이프 라인이 있는지, 경제 상황에 따라 4%를 유지하지 않고 변동적으로 인출할 것인지, 은퇴 후 첫 10년간 경제 상황이 어떤지, 이 모든 팩터들이 은퇴의 실패와 성공을 가를 것이다.
파이어의 시작은 2008-2009 경제위기 전이였겠지만 그때부터 파이어란 단어가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파이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은 틀림없다. 이미 은퇴한 파이어 인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제적 자립, 나아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이른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겐 1990년 이전의 데이터가 아니라 2000년 이후 조기 은퇴자들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4% 룰에 근거해 은퇴를 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 필요한 액수가 어느 정도 일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