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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Dec 06. 2021

이제 회사 욕은 그만두기로 했다

    최근 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프로젝트 생각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별안간 가슴 부분이 바늘로 찌르듯이 따가운가 하면, 즐겨하던 산책도 못 나갈 정도로 무기력해졌다. 친구나 엄마와 신나게 회사 욕을 하고 나면 잠깐은 후련해졌지만 회사 메신저 알람이 들리자마자 금방 기분이 가라앉을 정도였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뉴스에서 볼법한 직장 상사의 인신공격이나 직장 내 사내 왕따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면 누구라도 겪을 법한 평범하고 흔해서 내 정신력이 이렇게 약했나 의심하게 되는 소소한 사건들 뿐이다.

    예를 들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클라이언트의 부주의함으로 갈아엎어져 처음부터   다시 일을 야한다거나 누군가의 실수로 누락한 정보 때문에 두세  일을 다시 처리해야 한다거나 나에게 물어보거나 요구할 일이 아닌데 나한테 수시로 연락을 한다거나 하는 매우 사소하고도 소소하고 어쩌면 그냥 넘겨버릴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개발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QA 기간을 고려해 데드라인 한참 전에 일을 끝내야 하기에 실제 나의 마감은 더욱 코앞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맡은 비중 있는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싶은 사회초년생인 나에겐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끝날 문제라면 간단했겠지만, 사람이 힘들어지면 남들을 탓하게 된다던데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정말 잘못했냐 아니냐를 차치하고 나는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물론 속으로만 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티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조금만 더 똑똑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더 빠르게 나에게 필요한 자료를 넘겨줬더라면, 혹은 조금만 더 배려심을 가지고 일을 했다면 등, 점점 회사와 코워커(정확하게는 코워커는 아니지만 편의상 코워커라고 부르겠다)를 향한 비난 섞인 마음이 커졌다.


    욕과 비난은 습관성이라 시작은 타당했을지언정 점점 쌓이고 쌓여 사소한 일조차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발끈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내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짜증 난다로 퉁쳤던 이 감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단순한 줄 알았던 스트레스의 원인은 데드라인에 대한 압박과 부담뿐만이 아니라 일을 잘 처리하고 싶다는 열정,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 내가 더 잘났다는 오만, 힘든 상황에 대한 투정, 시간 약속에 대한 강박 등 매우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었다. 알고 나니 그동안 답답했던 나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되기 시작했다. 매우 사소한 부탁에도 짜증이 났던 이유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무얼 하냐는 오만에서 기인했고 미팅 중 다들 웃는 농담에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던 것은 마감이 코앞인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불안에 기저 했던 것이다. 알고 나니 이해가 되었고, 이해하니 문제점이 보였다.


    시간 약속을 목숨 걸고 지키는 내 성향과 남들보다 잘났다 생각하는 오만함을 무시한 채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모두 타인의 행동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내 마음에 차지 않는 자들을 찾아 비난하고 욕하며 스트레스를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아직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잘해주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그랬으면 수많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안 해도 됐겠지... 하지만 비난을 하고 원망을 하더라도 딱 그 정도만 해야지, 내가 느낀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들을 비난하며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아니었고 혹여나 내 속마음이 새어나간다면 오히려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있는 등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기에 더 이상 회사와 코워커 욕을 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방향을 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난을 내려놓아 내가 더 편안하고 안정된다면, 나는 나를 위해 기꺼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월요일부터는 편한 마음으로 미팅에 참석하고 회사 메신저 알람 소리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너무 제 잘난 맛에 살았나 하는 근거 있는 의심도 든다ㅋㅋㅋ. 코워커(이번엔 진짜 코워커)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매니저와의 면담 때도 항상 긍정적이었으며 내 경력에 이 정도로 큰 프로젝트는 맡긴 적이 없다는 말에 괜히 우쭐 해져서 오버한 것 같기도 하고,,, 일을 잘한다는 건 어찌 되었든 내 주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인데 혹여나 진심이 새어나갔다면 제일 중요한 평판을 해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하다. 지금껏 한 고생이 억울해서라도 절대 이 프로젝트 성공시키고 남들 욕도 안 할 거고 이력서에 한 줄 쓸 수 있는 일로 만들 거다.

    유한 성격은 아니라 분명 비슷한 일로 또 짜증낼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오늘의 경험을 떠올려 지금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제발 성격 좀 죽이자... 왜 이렇게 융통성 없고 호전적인지 모르겠다ㅋㅋㅋ. 사회에 어울러 살기로 한 이상 남들한테도 어느 정도 맞추고 살아야 하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는지. 혼자 사는 거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지... Aㅏ... 가끔씩 정말 미치도록 혼자 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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