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샐리야! 너 요즘 뭐 해? 내 결혼식 오기에는 너무 바쁘지? 변호사시험 준비할 테니까……."
"아니. 나 요즘 멈췄어."
"뭐라고?"
"아파서 잠깐 삶을 멈췄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좀처럼 중심을 잡을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한 가사다. 정말 그래서였을까?
2023년 2월. 로스쿨을 졸업한 뒤 나는 두려움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 대신 '디스크 조각모음'처럼, 오래전 기억을 하나하나 덧붙이고 오리고 덧대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쉬셔야 합니다." "지금 사람을 만나면 안 돼요." "로스쿨에 안 가면 안 돼요?"
로스쿨에 가기 전, 각기 다른 세 곳의 병원에서 나의 로스쿨행을 말렸을 정도로 그 당시 나는 몸과 마음이 반 죽음 상태였다.
그럼에도 로스쿨에 갔던 것은, 그것이 한국 사회가 원하는 길 같아서였다.
그럴듯한 직장, 그럴듯한 학교, 그럴듯한 삶만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배웠다고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주에 한 번 필라테스를, 한 번은 성악 과외를 한다. 뜨개질을 뜨다 만난 친구와 뜨개질 전시회에 가서 좋아하는 작가님께 책에 사인을 받고, 홀로 훌쩍 템플스테이를 열흘 동안 떠나기도 한다.
쉼을 전달합니다
쉬는 것은 한국인들이 가장 못하는 일이 아닐까. 쉬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쉬어보니 쉼이야말로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 스물아홉 살에서 만 서른 살이 되기까지, 처음으로 쉼의 시간을 가져본 나의 기록이다.
*이미지는 Clipdrop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