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엽 건축가 & 김상현 디자이너 인터뷰
스페이스 이도는 세종시립도서관 속의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입니다. 몸과 마음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잠시나마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정해진 틀 없이 딴짓해도 되는 자유와 여유가 있는 공간,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탐색과 시도의 공간입니다. 불규칙한 자유곡선으로 이루어진 서가는 9개의 아늑한 포켓공간을 형성하며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줍니다. 서가를 둘러싼 통로는 숲을 둘러싼 길을, 루버월은 촘촘한 자작나무 숲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나의 집처럼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권순엽 건축가, 김상현 디자이너와 함께 나눈 스페이스 이도의 공간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INTERVIEWEE
권순엽 건축가, 김상현 건축디자이너
권순엽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하면, 스페이스 이도 이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인 스토리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린이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은 계속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나이대에서 조금 벗어난 트윈세대는 방치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 시기에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신 씨프로그램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경제적, 사회적 계층과 상관없이 모든 트윈세대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마음껏 탐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해주셨죠. 트윈세대를 향한 현재의 이슈들을 같이 공간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스토리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스페이스 이도까지 함께 설계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권순엽 : “스토리스튜디오처럼 해주세요” 였어요. 스토리스튜디오를 처음 기획할 때, 트윈세대는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 세대라는 점을 도출했고, 유연하고 경계가 없는 공간을 이루고자 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공간과 가구에 기능을 부여하고 선택하여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었고, 성공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스토리스튜디오처럼’이라는 목표가 쉽게 이해가 되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트윈세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과 예산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어요.
김상현 : 스페이스 이도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보니 세종시 트윈세대 친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했어요. ‘스페이스 이도’라는 공간의 이름도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세종시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세종시의 아이들은 다른 지역의 트윈세대 친구들보다 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설문 결과로 보았을 때는, 아이들은 숨고 싶기도, 드러나고 싶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기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하기도, 또 밝고 활기찬 공간을 원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어둡고 아늑한 공간을 원하기도 하는, 서로 상충되는 단어들이 도출이 되었어요. 모호한 답변들 투성이었어요. 처음엔 그림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상반되는 분위기와 용도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고민했어요.
권순엽 :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명확했기 때문에 공간의 사용자인 세종시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품고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상충되는 공간들의 기준을 트윈세대 공간에 다양하게 접목시켜보는 시도부터 시작했죠. 예를 들어, 미술관이 트윈세대 공간의 모습이라면 어떤 형태일까, 혹은 놀이터를 접목시키면 어떨까, 하나하나 적용해보면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어요. 그 끝엔 파빌리온이 건축적인 공간으로 가장 부합하다고 생각했죠. 파빌리온을 개념적으로 설명드리면 정자 같은 곳이에요. 정자는 규정되어있는 기능이 딱히 없어요. 책을 읽어도 되고, 낮잠을 자도 되고, 게임을 하고, 밥을 먹어도 되는 곳이죠. 아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면서 그 쓰임의 스펙트럼이 넓은 공간의 형태를 찾으려고 했어요.
권순엽 : 아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다양한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자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실내 공간이 아니라 자연처럼 들판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나무를 타기도 하고, 수풀 속에 숨어서 놀기도 하고, 정적인 행위도 가능하고 동적인 행위도 가능한 곳, 그 어떤 행위도 담을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로부터 출발을 했어요. 그중에서도 물 흐르듯이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들을 중심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죠. ‘마블링 패턴’은 흐르는 물 위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서로 다른 물성의 액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새로운 모양들을 만들어내고 변화하듯, 유연하고 경계가 없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중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의 마블링은 우연적이게 탄생된 패턴이지만 저희 공간에서는 의도적으로 각각의 요소에 적용을 하였어요.
김상현 :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트윈세대는 선명한 취향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하는 나이대이다 보니 익숙한 경험에서 낯선 경험까지 균형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중심으로 고민했어요. 하나의 영역이 다른 영역과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어있다면 공간 간의 경험을 이어주는 동선이 생겨 낯선 경험도 접해보는 기회를 열어주게 되어요. 미디어룸이나 창작존 등, 각 존마다 역할이 부여되어 있지만 각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차단된 벽이나 독립된 방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김상현 : 가장 첫 번째는 하나의 벽을 통한 유연한 경계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어요. 긴 자유곡선의 벽은 하나의 영역을 크게 안과 밖으로 나누고 있긴 하지만,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며 자연스레 형성되는 포켓 공간들에 따라, 밖이 안이되기도, 안이 밖이 되기도 해요. 이에 따라 콘텐츠도 명확한 영역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영역이 다른 영역에 영향을 주기도, 또 바깥으로 확장되기도 해요. 동선도 다양한 방식으로 각각의 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아이들의 주도적인 탐험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도록 의도하였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사용한 요소가 바로 서가 곳곳에 사용된 '루버'에요. 루버를 통해, 벽을 시각적으로 열어줌으로써, 다양한 공간을 바라보고, 또 그 속의 행위들도 중첩되어 보이면서 호기심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도록 의도했어요.
권순엽 : 처음에는 루버월을 쓰지 않았어요, 모두 막힌 벽이었죠. 입구에서부터 안쪽까지 구불구불한 벽이 이리저리 선을 그리며 존들을 형성하고는 있는데, 벽의 안쪽 공간과 바깥쪽 공간이 벽으로 막혀서 단절이 되는 문제가 생겼어요. 마블링이라는 형태를 사용한 것 자체가 아이들이 다양한 동선으로 자유롭게 공간들을 넘나들 수 있게 하고, 공간 안에서의 이미지들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기 위함인데, 벽을 만들어 버림으로 인해서 그 흐름이 없어지게 된 거죠.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 않으면서 너무 공개되어 있지 않은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면이 아닌, 선적인 요소를 이용한 루버월이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김상현 : 스페이스 이도안의 벽을 루버월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후, 루버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로 적용된 것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아쉬움이 없도록 많은 고민을 하였어요. 그래서 모든 서가들도 자연스럽게 루버를 기반으로 설계하게 되었어요. 루버가 일정 간격으로 동일하게 나열되어 있으면 그 사이사이 지정된 개수의 루버를 비워내고 서가나 선반을 대신 배치하여 수직적인 루버의 연장선으로 보이도록 했어요. 루버월들을 세부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서 간격을 다르게 적용하여 개방감을 조절하였어요. 일부는 시선의 통과뿐만 아니라 틈으로 넘나드는 작은 동선이 되기도 하였고요.
권순엽 : 처음에 루버월을 제안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첫 번째로 우려가 있었던 부분은 루버를 사용하면 콘텐츠를 부착할 수 있는 면이 없다 등, 벽을 활용한 행위에 제약이 생긴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여기에 붙이세요”라고 대놓고 지정하는 벽이나 공간을 만들려는 게 아니었죠. 사실 “여기 붙여라” 하면 제한적이니까 재미가 없잖아요. 오히려 모든 공간에 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고, 루버이던 서가 옆면이던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쓸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천장에 붙이고, 에어컨에다 걸어 놓고 싶은 게 아이들만의 엉뚱한 발상인데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준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스페이스 이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우려는 소음에 대한 우려였는데, 소음도 어느 정도 바깥으로 전달이 되어야 이곳은 영화를 보는 공간이라고 알 수 있고, 호기심도 갖게 되고요, 저는 그런 정도의 여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상현 : 우리는 어쨌든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접근을 해야 되는데 트윈세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결국에는 내가 남과 다르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 해요. 작품을 전시해 놓을 때조차도 평범하게 걸고 싶어 하는 애들은 없죠. 이 많은 공간들 사이에서 내 것이 튀어야 되는데 그러면 당연히 어른들이 모르는 방식으로 아이들은 생각하게 되어 있고, 우리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꼭 면을 많이 만들었다고 더 좋은 환경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이 우려는 운영자 입장에서 고려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루버월을 통해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엔 의심이 없어요.
권순엽 : 천장과 바닥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 우선 막 다 지어진 신축 건물이었기 때문에 바로 다시 다 뜯고 새로 공간을 조성하기에 제약이 있었어요. 시공 공사비가 너무 높아지게 되는 문제도 있었고, 최대한 새로 공사를 하지 않는 선 안에서 공간 구성을 시작했어요. 천장 공사를 대신하여 지붕을 새로 만들고 바닥 대신 목재 평상을 제작하는 방향을 택했어요. 우리가 천장과 바닥을 못 바꾸니까 새로 만들어버리자는 발상이었어요. 지붕이 있으면 기존의 천장을 보는 시야도 좀 가려주고요. 지붕의 깊이에 따라, 공간의 조도나 아늑함의 정도를 조절하였어요. 그곳에 다운라이트 조명을 추가하여 지붕 아래의 공간으로 시선이 향하도록 했어요. 제약사항을 극복하기 위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더 아늑한 공간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해요.
권순엽 : 세종시 도서관을 처음 보고 생각했던 게 너무 떠있었어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신축 건물이기도 했고, 마름모 모양의 창문 등 건물 자체에 디자인적으로 센 어휘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눌러주는 공간 정체성을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죠. 두 번째로는 세종시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세종시 측에서 정적인 스타일에 대한 요구사항이 많았어요. 아이들의 성향 자체가 독립된 작업을 더 좋아하고 사색하는 공간을 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다운시켜야 된다는 목표도 있었어요.
김상현 : 저희가 구성한 공간의 조형 자체는 비정형적인 조형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재료가 클래식한 톤의 우드라고 해서 보수적인 공간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조명도 더불어 따뜻한 톤의 조명을 선택한 이유죠. space T의 공간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와 아이들의 작품 전시 등 굉장히 많은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배치돼요. 책 자체의 색들이 다양하고, 아이들이 창작하는 작품들도 다양한 재료의 개성이 강한 작품들일 것이기 때문에 배경이 되어줄 공간부터 과도하게 나아가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콘텐츠를 살려줄 수 있는 좋은 배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권순엽 : 입구를 들어와서 문지방에 서있는 것이 제일 좋아요. 스페이스 이도는 문지방에 섰을 때 공간이 담고 있는 전체적인 그림들이 다 보여요. 전시되어있는 아이들의 작품도 보이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고, 루버 사이로 이동하는 친구들, 여러 활동을 품어주고 있는 공간의 형태까지 공간의 성격이 모두 보이더라고요. 시작점부터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어서 들어가서 탐험하고 싶고, 그 모든 자극을 받는 곳이 입구 쪽 인 것 같아요. 저희가 디자이너로써 의도하고 설계를 했지만 공간이 실제로 구현되어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경험은 예상을 했는데도 또 새롭게 다가와요. 저는 지금까지도 스페이스 이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문지방에 서서 경험했던 그 두근거림을 잊지 못해요. 저희가 여러 차례 공간 촬영을 다시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때의 그 감정이 사진에 쉽게 담기지 않아요.
김상현 : 저는 ‘창작존 1’의 서가 테이블이 실제로 제작된 걸 보자마자, 제가 상상한 대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초기에는 전체의 서가를 테이블도 되었다가, 평상이나 벤치도 되는, 유연하게 기능이 변화하는 디자인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자칫 공간의 성격이 난잡해지고 기능성이 너무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그중 ‘창작존 1’의 테이블 기능이 적용된 서가만을 유지하게 되었어요. 딱 서가 폭의 좁은 테이블이지만, ‘창작존 1’을 등지고 혼자서 작업을 하거나, 루버 사이로 복도를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도 있는, 처음의 의도대로 모호하고 유연한 기능이 잘 적용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완성도 높게 제작이 되어,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권순엽 : 마음을 놓아두고 울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공간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보통 숨어서 울잖아요. 마음껏 멍 때릴 수 있는 공간도 많이 없고요. 트윈세대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성장과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세대이다 보니 불안감과 혼란기를 겪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들 속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나를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상현 : 트윈세대 아이들만 생각한다면 약간의 특권 의식을 주고 싶었어요. 좋은 걸 내가 가졌다는 특권의식. 내 공간을 가졌을 때 느끼는 기분들 있잖아요, 그런 걸 주고 싶었어요. 스페이스 이도는 트윈세대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스스로에게 우쭐할 수 있으면 해요. 트윈세대라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여기에 들어오는 순간은 내가 되게 편안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봐도 다 괜찮은, 진정한 ‘나’가 될 수 있는 곳이면 해요.
권순엽 : ‘집’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마음껏 표현하고, 또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 아무래도 운영팀이나 어른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가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될 것 같아요. 벽이 포스터로 빽빽하게 채워질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공간을 아이들만의 의지대로 채워나가는 공간으로 변화하면 좋겠어요.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는 여백이 항상 존재했으면 싶어요.
김상현 : 아이들에게 ‘도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한시도 빠짐없이 계속 사용되고 있으면 좋겠어요. 도구는 어쨌든 사용해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이도도 의미가 있으려면 계속 헤질 때까지 써져버려야 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제 더 이상 못 쓰겠다, 이제 새로 만들어야겠다” 하는 순간까지, 이쯤 되면 바꾸자가 아니라 진짜 다 쓸 때까지 소모되어버려서 나중에는 새로 지어야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김세연 (에스오에이피 그래픽 디자이너)
인터뷰 참여 에스오에이피 권순엽(대표), 김상현(건축 디자이너)
사진 제공 씨프로그램, 에스오에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