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트윈세대 공간 '스페이스 이도'를 위한 디자인 제작기
지난 11월, 트윈세대만을 위한 도서관 spaceT가 전주 우주로 1216, 서울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수원 트윈웨이브에 이어 네 번째로 세종시립도서관 3층에 문을 열었습니다. Space T는 트윈세대가 일상에서 다양한 영감과 자극을 받아 ‘맘껏 시작해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이며 세종시 트윈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간 모델인 ‘스페이스 이도'를 기획하였습니다.
트윈세대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12~16세)의 경계에 있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시기입니다. 관심사가 늘어나고 구체적인 취향을 갖기 시작하며 다양한 활동을 원하고, 간섭받지 않으면서 또래와의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적 고려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진학과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과 환경이 제한적입니다. ‘스페이스 이도'는 세종시 아이들만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공간 모델로, 아이들이 사회적 기대나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취미를 찾고, 친구들과 언제든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세종시립도서관이 제공하는 공간에 도서문화재단 씨앗의 기금, 씨프로그램의 기획, 에스오에이피가 공간설계와 브랜딩 및 사이니지 디자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스페이스 이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공간에 담긴 디자인 이야기와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스페이스 이도는 여러 차례의 워크숍과 설문조사를 통해 세종시 트윈 세대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구체화한 결과물입니다. 세종시 친구들은 쉼, 또래와의 만남과 소통, 새로운 관심사 탐색, 창작활동 등 다양한 영역의 경험(‘취미')을 희망하였으며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공간도 다양하길 원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보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도 있지만, “뮤지컬도 한번 보고 싶어요"라고 할 정도로 낯선 콘텐츠에까지도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원하는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다른 지역의 아이들보다 학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정적인 공간을 더 선호했습니다. 수원시 트윈세대의 공간 선호도 조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 수원시 친구들은 자유롭게 펼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반면에 세종시 아이들은 소파나 바닥에서 편안하게 미디어를 시청하거나, 독립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리된 작은 공간, 여럿이 모여 함께 과제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 트윈세대의 특징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과 세상에 관심이 높음
선명한 취향을 찾고 확장하고 싶어 함
성장과 변화를 겪는 세대로 혼란과 불안감을 느낌
학업성취도 추구 성향이 높으며 정적인 분위기 선호
익숙한 경험부터 낯선 경험까지 원하는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음
특정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집단과의 교류와 소통에 대한 갈망
기존의 도서관과 달리 책 이외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경험 희망
공간에 대한 니즈
휴식을 취하고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을 넘나들며 할 수 있는 탐색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적이고 편안한 공간
어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과 분위기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과제를 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다채로운 공간과 분위기
세종시 트윈세대 분석을 토대로, 공간의 핵심 가치와 공간 속에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편안하고 나답게 자유롭게 시도(i do)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다른 너와 소통하며 취향과 정체성이 선명해지는’, ‘나만의 세상을 스스로 넓혀가는 공간’이 스페이스 이도에 담고자 한 모습’입니다. 공간에서는 이 요소들을 수용하기 위해 단절시키는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조금 더 ‘자연'적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하나의 선이 구불구불하게 그려지며 9개의 새로운 ‘존'들을 형성했습니다. 안과 밖의 완벽한 경계를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 동선을 구현한 것으로 ‘마블링'의 패턴에서 가져온 모티브입니다. 이러한 비정형적인 요소를 조금 더 구체화해 공간의 테이블과 평상을 포함한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 또한 그 모양이 변화하는 유사한 형태로 구현되었습니다.
스페이스 이도는 세종시 트윈세대 친구들과 함께한 네이밍 워크숍에서 아이들이 직접 지어준 공간의 이름입니다. 세종시의 상징이기도 한 세종대왕의 이름인 이도를 떠올린 아이들의 성숙함과 세종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름입니다. 공간의 이름이 스페이스 이도로 정해진 이후 ‘이도'를 영어로 표기했을 때 IDO 인 것을 활용하여 I DO ‘아이 두'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이름으로 확장하였습니다. 선명한 취향과 관심사를 찾고, 호기심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공간이 강조되는 의미입니다.
세종대왕의 이름 세종'이도'
자유롭게 시도하는 공간 ’I do’
스페이스 이도 (SPACE IDO)
Logo Design
스페이스 이도의 로고는 공간 디자인이 먼저 구성이 된 이후에 공간에 담긴 형상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공간 속의 서가와 가구는 유기적으로 얽혀있지만 섞이지는 않는 마블링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입니다. 부드러운 곡선과 비정형적인 형태는 정의될 수 없고 자유롭게 변화하는 트윈세대만의 성향을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묘사합니다. 스페이스 이도의 상징로고에서 또한 ‘자유롭게 시도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과 ‘모든 것을 수용하는 편안한 공간'을 형상화했습니다. “i” 나와 “DO” 가능성이 만난 조합으로, 나의 시도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대로 바꿔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초기 형태를 나타냅니다.
Color Palette
스페이스 이도의 메인 컬러는 올리브 그린과 옐로입니다. 스페이스 이도는 기본적인 디자인의 개념으로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적인 형태와 ‘숲 속'에서의 감각적인 경험을 모티브로 구현된 공간입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클래식톤의 우드만을 이용하여 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운된 톤의 한 가지의 재료만을 사용함으로 인해 기존 공간과의 차별화, 세종시 아이들이 선호하는 정적이고 아늑한 분위기 조성, 하나의 어휘로 보이기 위한 목적을 실현했지만, 아이들이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만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공간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우드라는 소재와 잘 어울리며 클래식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톤 다운된 계열의 색상을 위주로 고민하였습니다. 공간 속의 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색상 중 ‘숲 속을 탐험하는 경험'으로 올리브 그린을, ‘따뜻하고 포근한 햇빛'을 상징하는 옐로 컬러를 활용했습니다.
스페이스 이도의 사이니지만의 특징이 있다면 첫 번째로, 공간의 성격처럼 사이니지 또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공간 속 대부분의 사이니지는 영구적으로 고정된 형식이 아닌 교체형 사이니지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탠드 형식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콘텐츠를 수시로 교체하여 부착할 수 있는 타입의 사이니지가 주를 이룹니다. 실내 공간의 사이니지 하면 흔히 시설명칭을 표기한 사이니지나 방향 안내 사이니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보통의 공간들은 용도와 정의가 명확한 편이지만 스페이스 이도는 각 존의 성격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이 명확한 필름 부스, 미디어룸, 사운드 존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니지는 담고 있는 정보가 교체될 수 있는 타입의 결과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이니지는 정보전달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생각한 건 트윈세대 아이들과 공간 사이에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페이스 이도의 사이니지는 공간에 표현된 자유곡선의 형태를 가져오면서도, 독립된 형태의 오브제가 되고, 컬러를 통해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의 콘셉트를 함축한 ‘힌트'와 같은 역할을 부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공간의 정체성을 인지시키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모든 사이니지가 다른 콘텐츠를 담아주는 프레임 역할의 교체형 사이니지이다 보니 어떤 콘텐츠가 부착되어도 조화로워 보이는 형태를 중심으로 고민을 했습니다. 사이니지 자체보다 콘텐츠를 조금 더 부각해줄 수 있어야 하고, 단독으로 있을 때에도 스페이스 이도만의 형태적인 정체성이 드러나 있어야 했기 때문에,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모든 교체형 사이니지는 A4나 A3용지가 부착되는 사이니지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한 사이니지는 자칫 곡선이 과할 경우, 직선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종이와 부딪혀서 이질감이 느껴져 보였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사이니지의 프레임을 더 키울 경우, 프레임의 존재감이 과해지고 사이니지의 전체적인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종이와 비슷한 모양인 직사각의 형태는 스페이스 이도만의 정체성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직선과 곡선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종이와 맞닿아 있지 않도록 윗부분(top)을 최대한의 곡선을 살려주고, 양 옆과 밑은 조금 더 직선적인 느낌이 가깝도록 다듬은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이니지는 말풍선 사이니지입니다. 정보전달을 위한 텍스트가 쓰여있거나 부착될 일이 없는 비어있는 형태의 이 사이니지는, 뚜렷한 기능과 특별한 목적이 없습니다. 스페이스 이도 사이니지의 역할은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직접 채워나가게끔 도와주는 장치여야만 했죠. 가구나, 교체형 사이니지는 솔리드의 비정형 형태였다면, 영구형 사이니지는 라인을 이용하여 비어있는 오브젝트를 구상했습니다. 마음껏 재미있는 상상을 만들어나가라는 소망으로 창작존의 서가 옆면에 비어있는 말풍선 사이니지를 숨겨두었습니다.
개관 이후에 아이들은 비어있는 말풍선에 소원을 적어 넣거나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이니지를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보이는 재미있는 발상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 작업입니다.
글 김세연
사진제공 씨프로그램, 에스오에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