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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pen Sally May 14. 2021

싱가포르 스카이캐슬, 싱카이 캐슬 3탄

모든 아이는 자신만의 특별한 영재성이 있다.



자 그렇게 이번에는 며느리도 모르고 싱가포르 로컬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수학 맛집?

싱가포르에 살면 누구나 다 아는 싱가포르 탑 오브 탑 R스쿨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는 그곳!!

GEP수학은 아니라 올림피아드에 각종 경시대회 수업을 아주

 재밌게 한다는 그곳으로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간다.

시험 보기 싫다는 아이를 온갖 감언이설로 꼬여

(시험 후 맛있는 거 많이 사준다면... 우리 아이는 게임 끝) 비장한 각오를 하며 시험 치기 전 집에서 문제도 풀리며 나름 준비를 하고 간다.



시험은 40분 정도로 젊은 학생 같은 강사가 감독을 보고 40분 후 아이의 얼굴이 정말 발갛게 상기되어 나온다.

감독관이었던 강사가 금방 나오면서

우리 아이가 앞에 있는데 바로


어... 안 되겠어요


수업을 들을 수 없겠는데요


아! 또 이놈의 미련의 여왕 모드 발동...


왜요?


왜 안될까요?


그러자 강사가  문제를 다 못 풀었고 많이 틀렸다고 말한다.


이제는 또 질척 질척 모드 풀가동...


우리 애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또 긴장해서 시험을 못 봤을 거다.

다시 시간을 충분히 들여 풀어보면 잘할 것이다.


주저리주저리를 해대니 이 젊은 강사

강적이라 생각했는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매니저 같은 노련해 보이는 원장님 포스의 여인을 데리고 나온다.

그녀는 위풍당당하게 나오신다.


저 매니저 쓰앵님입니다.


우리 아이의 시험지를 촥촥 넘기며


너무 문제를 못 풀었군요


이거 좀 보시겠어요?


하고 보여준다...


오 마이 갓 갓뜨!!

선행이 너무나 된 문제였다.

6x3도 손가락을 가끔 써가며 겨우 하는 아인데 문제는

6x6x6x6=

나눗셈은 뭔지만 아는데

막 세 자리 나눗셈이 나오고...

당연히 문제를 다 못 풀었다.

나는 거기에다 아주 해맑게


우리 애는 선행 안 시켰는데요!


모르는 게 당연해요


선행 노노  학교 공부만 했어요


그 매니저님 눈알님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이 엄마 뭐지...’


나는 또 주저리주저리 모드 시전 하고....


학교 수업 아주 잘 따라가고 있어요


수업하는데 지장 없을걸요?


집에서 열심히 시킬게요!!


또 대화의 도돌이표가 시작된다.


음... 우리는 수업 페이스가 아주 빨라요


일반 수업에 들어가야 할 듯하네요


그건 3 학년 때 다시 오세요 ~~


그렇다 1-2학년은 싱가포르 로컬 공식 수학 경시대회는

없으니 3학년 GEP시험 대비 겸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을 계속 트레이닝시키는 퓨전 수학이란 이름하에 겁나 어려운 문제를

인정사정없이 재밌게? 푸는 반이다...


그 모든 걸 다 듣고 있던 아이의 얼굴을 보니 울상이다.

가뜩이나 자기는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인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 아닌가?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엄마 나는 수학을 너무 못해...


멍청한가 봐


하는데 갑자기 만감이 교차하면서 정신이 든다.

엄마가 미안! 이제 정신이 든다!!


“아니야 너는 저걸 못하는 게 당연해

저건 학교에서 안 배운 거잖아

엄마가 레벨을 제대로 안 알아보고 와서

정말 미안해

여기는 안 다녀도 되는 곳이야”


하니


“엄마 잘못이야?? 클래스 똑바로 체크 안 한?”


하고  금방 싱글 방글이다.

내가 욱도 잘하지만 또 사과도 잘한다.

매번 욱하고 혼내고 너무 심한가 싶어 사과하면 그것도 잘 받아주는 우리 아이가 또 참 고맙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아이가 좋아하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하나 사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한 한 달 남짓 나의 팔랑귀 모드가 풀가동되어

삽질 아닌 삽질에 고생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또 한 번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생각한

엄마가 처음인 평범한 엄마의 성장통 같은 시간이었다.

결론은 모든 아이는 각자 아이만의 강점이 있고

나름 열심히 배우고 크고 있는 중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겠지?!

그때 문득 어떤 책에서 읽은 유대인 교육에 대한 구절이

생각이 났다.


“왜 한국 사람들은 아이가 잘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못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억지로 시키나?

그러다 보면 못하는 것도 잘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잘하는 것도 평범하게 변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제야 펄럭이는 깃발처럼 삽질하던 나의 이성이

돌아오고 또 한 번 정신을 차린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빛나며

특별함을 발한다. 앞으로의 미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소위 훌륭한 학벌이 더 이상 다가 아닌 세상이 온다.

나는 여전히 가끔은 팔랑귀 모드로 살랑살랑 흔들리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나름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각기 다른 재능으로 빛나는 모든 아이들을 응원하며

오늘도 욱과 온화한 엄마 사이를 오가며 나는 우리 아이와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제... 시험 기간 시작...

가정의 평화가 과연 유지될 것인가?!


자... 복습 가자아~~~~


달려~~

나는 이제

나마스테...

복식호흡...

이너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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