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펌
로펌에서 일한지 5년차가 되었다. 이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더군다나 한 로펌에서 3년을 버텼다. ㅎㅎ
나는 대학 졸업 후 여기가 몇 번째 직장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우리 팀 25년차 변호사는 이 로펌이 두 번째라고 한다. 사고상해를 다루는 우리 로펌은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데, 실제로 재판에 나가서 변호를 할 수 있는 실력과 경력을 갖춘 변호사는 제한적이다.
학연, 지연, 혈연 중심적인 한국의 조직 사회는 업무 능력과 상관없는 줄서기와 기타 등등의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성별, 나이를 크게 따지지는 않지만 여기도 나름대로의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크게 가진 것이 없고, 더 높이 올라가려는 욕심이 없는 나는, 다행히 경쟁구도에 몰입되지 않으며 그럭저럭 살아 남았다 (우리 로펌에서 3년차는 오래된 사람이다).
하루에 많게는 50개, 적게는 10개 미만의 전화 통화를 하는데 주로 보험회사와 병원, 그리고 client 들이다.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영어가 늘기도 하고 무엇보다 컴플레인에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다.
찐베테랑은 어떤 상황에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매일 조기 은퇴를 생각하는 나는 25년 이라는 경력에 이르지 못할 것임으로 그런 경지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국은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다. 욕심, 시기, 분노, 정욕 등 인간의 죄성이 폭발하는 시점은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다.
수 없이 많은 전화를 한 오늘, 마스크 속에 감춰진 입은 더 이상 열기를 거부하지만 나의 내면은 열어서 점검해본다.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