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8
금, 토, 일요일 3번의 시즌 첫 공연을 모두 Full house로 잘 마쳤다. 매번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고 해결할 수 없는 상황과 부딪히지만 8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 수 있는 배짱도 생겼다. 안되는 건 빨리 포기하고 벌어진 일들은 그냥 받아드리면서 최대한 빨리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해결 방법이 찾아지지 않아도 할 수 없다. 매순간 어떻게하지 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힘들어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스탭도 없이 남편과 내가 둘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멍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체크인을 해야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출입구도 지켜야 하고, 이 모든 일을 혼자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에 오는 관객들은 지인의 초대나 솔리스트가 유명한 경우, 또는 관련자가 있을 때 등의 몇 가지 이유를 빼면 무료이기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무료로 공연을 제공한다는 것은 티켓 값이 부담스럽거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음악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어제 열린 플러싱 타운홀 공연에는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이 오셨다. 몸이 불편한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한번도 클래식 음악회에 와보지 않은 분들이 무료라고 신문 한 귀퉁이에 난 기사를 오려서 가져오신 분들도 있다. 소리나는 플라스틱 봉투를 가지고 와서 계속 부스럭 거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이야기를 한다든지, 연주 중간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 등 보통 클래식 공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 여기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이번에 함께 해주신 솔리스트 백혜선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다. ㅠㅠ
어쩌면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은 (백 선생님의 연주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상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4번이었음) 그들에게 사치일지도 모른다. 값진 내용물에 비해 무료라는 이름이 주어지는 priceless 사이에 간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은 어떠신가. 그분은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수 없는 생명의 선물을 우리에게 거저 주셨다. 그런데 그 대가 없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순간 받은 가치에 대한 의미를 잊고 사는지... 관객들이 조금 더 공손하게, 때로는 고마워하며 이 공연을 보고 갔으면 하고 바랐던 내 마음이 무색해진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주저앉을만큼 몸이 피곤하고 마음도 하나 남은 잎사귀처럼 더 없이 휑휑해질 때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낀다. 그분이 내게 값없이 주신 선물을 생각한다.
8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육체는 늙어가고 모자란 잠 때문에 몸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깨달음은 날로 깊어가고,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 강물처럼 흘러 나의 부끄러움은 눈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