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12
사고상해 관련 로펌에서 하루종일 페이퍼와 씨름하거나 보험회사와 전화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무표정, 무감각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 가운데 뭐 그리 웃을 일이 있겠는가. 처음 이 분야의 일을 배울 때는 용어도 낯설고 모든 것이 생소해서 매일매일 초긴장 상태였던 것 같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5분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막처럼 갈라지고 선인장 같이 날카롭게 변해버린 나만 남게 되더라. 이게 뭐라고, 나를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장을 옮기면서 나름대로 나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1. 출근 길에 셔틀버스 안에서 20분 짜리 짧은 설교를 듣는다.
2. Path 로 갈아타면서 음악을 듣는다. 주로 발라드나 클래식
3. Path 안에서 중간 정도 가면 음악이 끊긴다. 그때 드라마 바이블을 듣는다.
4. 뉴욕에 와서 subway로 갈아타면서 음악을 다시 틀고 하루를 위해 기도한다.
5. 점심 시간에 폰을 보지 않고 책을 읽는다.
6. 퇴근 길에 지하철 안에서 오늘 올릴 글을 쓴다.
이걸 보면 내가 음악과 책을 통해 여유를 갖고, 말씀과 기도를 통해 힘을 얻으며 글쓰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잊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삶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그 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