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11
세상에 풀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관계인 것 같다. 오래된 관계는 오래되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또 조심스러워서 주저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나를 알리고 싶지 않고, 깊은 관계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뛰어놀며 같은 추억을 공유했던 이들은 나이가 들어 오래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반갑다. 그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인데 (사실 이 부분에서 이전에는 별로 어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같은 나이, 환경, 상황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로 공감대가 떨어져 만남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고보니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해본 적이 오래되었다. 낯을 가리는 내 성격도 한 몫 하는 것 같고, 관계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은 관계를 통해 그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만드셨고,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그분께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떤 오해가 생겨 멀어진 사람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동안 문득문득 떠오를때마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하고 지혜로왔다면 그때 그러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잠깐이었지만 그때는 내가 많이 미안했다고 사과할 수 있었다.
왜 인생은 늘 뒷북치듯 그때 알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깨달음이 오는 것인지... 그러니까 깨닫다 라는표현을 쓰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