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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m talk84 여행 둘째 날

여행은 쉼

by Sally Yang

비행기 뜨기 몇 분 전, 마지막 탑승객으로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나는 10분을 초 단위로 쪼개며 하루를 25시간처럼 사용하는 남편과 살았다. 무엇을 하든 골을 향해 달려가며 노력의 댓가를 성취하고자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왔던 나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난 것이다.

시즌 오프닝 연주했던 날이 어떤 단체 그랜트 마감 날이라 새벽까지 신청서를 쓰느라 늦게 잔 남편, 다음 날도 출근 전 운동하겠다고 아침부터 일어난 나. 징하게 열심히 사는 우리의 이번 여행 주제는 ‘쉼’이다.

새로운 곳에 가면 반드시 가야하는 명소나 맛집이 있다. 시간이 아까워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면 휴가 다녀온 뒤가 더 피곤한, 휴가라고 할 수 없는 여행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말고 무조건 잘 먹고 잘 쉬기로 했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출근 시간에 맞춰 눈이 떠졌다. 억울함에 다시 잤는데 회사에서 time sheet을 작성하지 않아서 당황하던 중 휴가 중이라는 걸 알고 안도하다가 잠이 깼다. ㅠㅠ

브런치 먹으러 나갔는데 앱에서 알려주는 두 군데 모두 문을 닫아 허탕쳤다. 20분을 더 가서 오픈한 곳을 찾았지만 dog friendly 가 아니라 투고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으면 바닷가 근처에 앉아서 먹었겠지만 바람이 20마일(mph)로 불어서 불가능했다. 다행히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랍스터롤과 클램차우더는 행복하다는 말이 나올만큼 맛있었다.

점심후, 나는 엔틱 흔들의자에 앉아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읽었다. 평소에는 거의 자지 않던 낮잠을 자려고 누운 남편은 밤에는 흔한 벌레 울음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시작된 잔디깎는 소리 때문에 결국 낮잠에 실패했다.

해가 지기 전 동네에 있는 작은 등대를 보러 갔는데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을 만큼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거짓말 하지 않는 자연은 미치도록 아름다웠고, 모든 막힌 것을 열어주는 것처럼 시원했다. 어쩌면 나는 이 틈을 타서 날아가고 싶었는지도...

저녁은 동네 식당에서 어김없이 랍스터와 해물요리를 먹었다. 다른 스타일의 클램차우더를 먹는 즐거움은 메인 방문의 키포인트. 그저 감탄만이 존재하는 저녁 식탁후에 숙소로 돌아와 나는 다시 책을 읽고, 남편은 이어폰을 끼고 백종원의 요리 프로그램을 본다.

피곤한 스타일의 주인을 만나 더 피곤해진 모이는 금새잠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각자의 시간 안에서 휴식한다. 그리고 평안하게 지나가는 하루에게 안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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