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나라
사무실이 평소와 다르게 조용했다. 선거날이라 출근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뉴욕은 코로나로 인해 사무실로 출근하는 비율이 8%밖에 되지 않는다.
선거 후 후폭풍을 염려하는 듯 언론(한국 언론에서 더 많이 방영됨)에서는 보호막을 세우는 상점이나 극우주의자들의 반란, 우편 투표를 문제 삼아 소송을 대비하려고 하는 트럼프 측과 대선 후 월스트리트 금융변화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라스베가스 표가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고, 현재까지 조금 우세하다는 말이 있지만 4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결과를 알 수 없다.
우리 팀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골고루 섞여있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임으로 투표권이 없어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은 갈 길을 잃은 것처럼 위태위태해보인다.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자유와 평등의 상징이 되었던 선진국이었는데 (언제적 이야기인가) 인종차별, 총기사고 그리고 정치이슈가 끊이지 않는 불안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남편은 혹시 모르니 퇴근 길에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오늘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괜찮을거라며 지하철을 탔다. 20분 넘게 기다려도 지하철은 오지 않았고 계속 딜레이 되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이상하리만큼 중간에 멈춰서 있었다. 일촉즉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어둠 속의 정적이 감싸고 돌았다.
코로나가 터지고 죽은 도시처럼 아무도 다니지 않았을때, 버스를 타면 중국 사람인줄 알고 사람들이 계속 쳐다볼 때, 그리고 지금, 삐걱거리며 자꾸만 멈춰서는 지하철 안에 퍼지는 정체모를 긴장감... 15분이면 가는 지하철인데 한 시간 걸렸다. 미국 온 이후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