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브런치 JoJo
거의 한 주 내내 비가 오더니 다행히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떠나는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햇살이 인사를 했다. 지인의 생일이라 오랜만에 맨해튼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세상에 이게 얼마만인가!
레스토랑 입구에서 전자시스템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또박또박 착하게 이름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보고한 후 인사이드에 앉았다. 메뉴는 전화기로 스캔해서 볼 수 있도록 테이블에 놓여져 있었다. 그 사이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이다. 오랜만에 먹은 에그베네딕트는 비싼 가격에 부끄럽지 않게 맛있었다.
할로윈이라고 잔뜩 차려 입은 사람들이 둘러싼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걸었다. 적당하게 차가운 바람과 미련스럽지 않을만큼 쏟아지는 햇살이 푸른 잔디와 떨어지는 낙엽 사이를 골고루 채워주었다.
잠시 멈춰서 버스킹 가수의 노래를 듣기도 하고 가는 시간을 붙잡듯 아쉬운 마음에 관광객처럼 사진을 남겼다. 아무 것도 아닌데 걷고 있다는 게 참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어김 없이 다시 비가 내리는 일요일, 빗소리와 함께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사이버 도서관에 예약 신청하고 5일을 기다려 빌린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을 읽었다.
-어쩌면 우리는 ‘잊기 좋은’ 이름들에 빚지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세상에 잊어야 한다거나 잊어도 되는,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믿을 수 없지만, 이렇게 11월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