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지휘자
NYCP의 두번 째 온라인 연주회가 내일이다. 남편은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이번주 내내 컴퓨터 앞에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오래된 컴퓨터가 이상 신호를 보이더니 결국 어제 작동을 멈추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연주회 전날보다 더 예민해진 남편 등뒤로 거의 숨도 안쉬고 걸어다녔다. 어김없이 새벽 2시쯤 눈을 떴는데 그때까지도 해결되지 않아서 남편은 컴퓨터 앞에서 씨름 중이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혼자 방에 들어와서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양 100마리도 세고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뒤척거렸는데 그럴수록 더 또렷해지는 정신. 더듬더듬 생각해보니 NYCP를 시작하고 3년 동안 나는 연주회 전에 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정작 남편은 남의 일 마냥 베개에 머리를 대기만 하면 잠이 들었는데, 나는 늘 부족한 재정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끙끙거렸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그때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했었다.
지금도 역시 내가 잠못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설사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남편이 해결할 일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데도 마치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한 번 깬 잠은 무사히 물건을 훔친 도둑처럼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새벽 4시가 다 되어서 남편이 방으로 왔다. 이럴 때는 마치 깊은 산속에서 배고픔으로 예민해진 곰을 만난 것처럼 자는 척 하는 게 상책, 최대한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결국 깊은 잠을 못자고 모이가 높은 우리 침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꾸었다. 폭풍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