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실수가 발생한다. 컴퓨터에 날짜와 관련된 숫자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다른 팀 사람과 함께 일할 때도 전달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꼼꼼하게 보는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하지 않다. 문제는 이 실수가 완전히 내 잘못이 아닐때 생기는 어정쩡한 상황.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상대에게 책임의 손가락을 가르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항상 노트하고 이메일도 첨부하게 되어 있어서 따지고 들면 찾아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들추지 않고 억울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경쟁사회에서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한다고 해도 내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법원이 문을 닫아서 8시간 동안 내 옆에 있는 경력 많은 변호사 할아버지가 자리를 잘 떠나지 않는 나에게 조언해주었다. 너무 많은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라고...
어떤 것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화장실에 3번 밖에 못가는 것이라고...
나보다 오래 살고, 더 긴 시간을 이 필드에서 일한 분이니 그 또한 삶의 지혜리라. 완벽을 추구하며 노력해도 뜻하지 않는 실수는 생기기 마련이니 조금만 더 천천히 걷기로, 나 스스로에게 그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