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람처럼

지하철 단상 18

by Sally Yang

올 5월말, 1년 만에 휴가를 받아 남편과 파리와 런던을 다녀왔다. 신혼여행 후에 거의 처음 가는 제대로 된 여행이었다. 런던은 내가 2002년부터 4년 넘게 머물렀던 곳인데 당시 영국 교회를 다녀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또 올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는데 결국 꿈이 현실이 되었다.

프랑스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남편은 아티스틱한 여러 문화적 환경을 마음에 들어했고 런던은 모든 게 쾌적해서 좋아했다. 계단이 100개 넘는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고, 샹제리제 밤거리를 거닐며 시원한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의자에 기대 잠을 청하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여행의 묘미를 즐겼더랬다.

나는 남편이 신기해할만큼 런던의 거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처음온 사람처럼 어느 곳도 안내해주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유학 시절 나는 가난했고, 관광지를 다녀본 기억이 없었다.

피카소, 고흐, 모네가 자주 다녔다는 프랑스의 한 커피숍에서 나는 햇살처럼 웃었고,
해지는 저녁 런던아이를 바라보며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버렸지만,
또 바람처럼 내게 깃들어
추억은 월요병에 지친 나를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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