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19
내 첫 직장은 중견급 회사 홍보실의 카피라이터였다. 그 이후에 월간지, 주간지 기자를 거쳐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다시 갔다가 유학 나오기 전 마지막 직업은 부동산 관련 회사 홍보실에서 진행하는 잡지 기자였다. 한군데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슷한 분야를 돌며 일했던 것 같다.
유학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선교단체 간사로 1년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옥수수만 천지에 깔린 인디애나 블루밍턴에서 매일 밤 12시에 들어오는 박사 과정마지막 학기중이었던 남편을 기다리며 썼던 단편소설이 미주 모일간지에 당선되면서 소설가가 되었다. 아마 내가 가진 직업 중 가장 원하고 바랐던 타이틀이었던 거 같다. 그 이후에 단편 소설 2개를 더 쓰고 지금은 누가 작가라고 부르면 창피할정도로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다. ㅠㅠ
누구는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글을 쓰는 작가들이 꽤 많다. 하지만 낮과 밤이 다른 지킬드와 하이드로 살아가려면 지하수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내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내공을 키우는 중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아직 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처음에 남편이 아무 것도 없이 뉴욕에서 새로운 단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이후에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지나면서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이 있다. 포기만 하지 말라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물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과정이 중요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루고 싶은 절실함과 열정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 하는 이들에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그 꿈을 위해 천천히 한발씩 걷는다. 아주 느리고 먼 길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