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bec 퀘벡시티 올드타운

관광객 모드 off 느리게 걷기

by Sally Yang

퀘벡에 온 지 3일째, 드디어 관광을 나섰다. 내가 머물고 있는 Lavis에서 배를 타고 12분 정도 가면 퀘벡시티다. 이 배는 주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만 40분 간격이고, 나머지는 한 시간에 한 번씩 다닌다.


특별한 계획이 없었고 한국 드라마에서 유명해진 도깨비 촬영 장소도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없었지만, 피해 갈 수 없을 정도로 우뚝 선 페어몬트 사토 프롱트낙 호텔이 시티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타운이 크지 않아 걷다 보면 다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천천히 다니기로 했다. 게다가 비가 오고 바람도 불었다. 퀘벡에 가면 꼭 잼을 사 와야 한다고 추천받은 베이커리 Paillard에 갔다. 에그햄 크루아상과 커피 콤보를 먹고 싶었는데 30분 전에 다 팔렸다고 해서 햄치즈 크루아상과 커피를 시켰다. 실내 인테리어도 별로이고, 시장처럼 시끄러워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맛이 있었다. 커피는 싱거웠음.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서점과 도서관이다. 바로 맞은편에 서점이 있어서 갔는데, 불어로 된 책만 있어서 (영어 책은 2층 구석에 조금 있었다)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왔다. 상점을 구경하고 거리를 다니다 보니 도깨비 촬영 장소를 피해 갈 수 없었고, 결국 호텔에 가서 우체통 사진도 찍었다.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은 이게 뭐라고 하겠지만… 빨간 문은 찾지 못했다. 특이한 것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나 보다.


한 참을 걷다가 오전에 커피를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창이 큰 카페에 들어갔다. 컵 다지인도 이쁘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커피가 너무 쓰고 뒤에 앉은 사람들이 불어로 크게 떠들어서 책은 한 챕터밖에 읽지 못하고 일어났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 소리도 제일 크게 틀었는데 소용없었다.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한 시간 동안 멍하게 창문 밖만 내다보았다.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잊혀진다 잊혀져 그땐 그게 전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리 우울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됐던 것도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아이유의 ‘우울시계’의 째깍 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도 원래는 네모가 아니었을까

삐죽삐죽 여기저기 상처받은 나도 동그란 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 해야 하는 것도, 가야 하는 곳도 없이

내가 지나온 길이 어딘지 다시 돌아보지 않으며 걷고 또 걷다가 퇴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내려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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