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끊기

지하철 단상 21

by Sally Yang

이민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향수가 생긴다. 그래서 한국 방송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기도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TV를 많이 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히려 타국에 살면서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비디오를 빌려서 봤던 시대에 비하면 인터넷으로 거의 실시간 방송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주로 예능과 음악,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나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토크 방송을 즐겨봤었다. 저녁을 먹을 때나 주말이 되면 요일마다 나오는 방송들을 꼭 챙겨봤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과거형이 되었다. 어느날, 너무 집중해서 TV만 보는 남편에게 (원래 남자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면 동시에 다른 일을 잘 못한다) 나에게 집중을 해달라고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말을 했는데 그 날 이후로 남편이 TV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가 TV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원인제공이라고 생각했는지 단번에 끊었다.

덩달아 나도 같이 안보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TV 대신 라디오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더 보기 시작했고, 둘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주로 떠들기는 하지만).

가끔 지치고 힘든 하루 끝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며 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TV를 안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더 고퀼리티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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