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는다
여행 온 지 일주일째 나는 이제 Hello, Thank you 대신 Bonjour와 Merci로 인사한다. 혼자 하는 여행의 좋은 점은 갈 곳과 먹을 것 등을 정할 때 타인의 의견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상대의 기분을 살피거나 상황을 배려해야 하는 감정 소모가 없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말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가끔 심심하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고 혼자서 모든 정보를 찾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차를 가지고 마지막으로 여행할 장소로 샤를부아를 선택했다. 운전해서 2시간, 왕복 4시간 정도 혼자 운전해야 하는 거리였지만 언제 또 캐나다 시골 마을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샤를부아는 기차로 여행하면 좋다고 하는데,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베생폴에서 라 말베까지 이어지는 길은 북미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로라고 한다. 혼자 운전하면서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눈으로 감탄하고 마음속에 쉴 새 없이 저장하며 달렸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명품 치즈 메이커, 레트리 샤를부아, 1984년부터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자란 소의 유유로 치즈를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다. 치즈와 잼을 구입하고 점심 먹을 곳을 찾아 헤맸는데, 옐프에 나온 음식점은 없어졌고, 하필 찾은 곳이 모두 월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예술가의 도시라고 불리는 배생폴 (Baie-Saint- Paul)로 이동하니 식당은 물론 작은 갤러리들과 숍이 있는 거리가 나왔다. 2층에 비교적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파니니와 오늘의 첫 커피를 마셨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도 파는 가게여서 들어가자마자 커피 머신을 쳐다보았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길래 안심하며 주문했다.
시간에 쫓겨 관광지에 발자국만 남기고 떠나기보다 여유를 갖고 도시를 음미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샤를부아, 지도를 받기 위해 찾아간 information center의 할아버지의 친절한 설명을 10분 정도 들으면서 차를 가지고 배타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 릴리오-푸드흐 (L'Isle-aux-Coudres)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는 30분 간격으로 다니고, free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혼자 왔는지, 퀘벡은 처음인지 등 직업 정신을 발휘하며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방명록에 노트했다. 퀘벡이 어떤지 물어보시길래, 너무 좋다고 했더니 우리는 아직 무사한 거네 라고 농담까지 하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차와 함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는 더 멀리,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에 혼자 와서 돌아다니는 동양 여자는 단 한 명, 그러나 낯선 사람을 향한 경계의 눈빛은 없다.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강을 마주하고 바람과 함께 흘러 드넓은 자연이 되었다.
비록 풍차를 보러 간 곳이 30분 후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하나하나 주인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는 예쁜 소품샵에서 세컨핸드 청반지를 $15에 득템 했다. 오전에 날씨가 흐려서 입고 나갔던 치렁치렁한 검은색 긴바지를 벗어버릴 수 있었다.
렌터카 반납 후 택시를 부르지 않고 40분 걸어서 숙소까지 왔다. 어제 4시간 하이킹에 비하면 짧은 거리니까… ㅎㅎ
차가 달리는 도로를 걸으며 꿈뻑꿈뻑 눈을 감을 때마다 영상이 한 장씩 바뀌는 것처럼 사진으로는 미처 담지 못했던 오늘 보았던 풍경과 거리를 떠올리며 기억 속에 꾹꾹 새겨 넣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