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bec Strøm Nordic Spa

비 맞으며 스파 즐기기 = 촉촉하게 스며들기

by Sally Yang

회사에서 나의 점심시간은 1시 30분이었다. 팀 안에 있는 직원들은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지 않고, 매니지먼트에서 30분 간격으로 정해준 시간에 먹었다. 전화나 다른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미국 회사의 점심시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 같이 식당에 가서 먹지 않는다. 8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나는 점심시간이 살짝 늦은 편이어서 아침으로 바나나, 요거트 같은 것들을 가져오지만 대부분 일 하느라 잊어버려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비 소식이 있어서 미리 스파를 예약해 두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Lévis의 풍경이 보이는 실내/외 스파인데 10군데 정도 다른 룸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이드 추천 목록에 나와있는 명소이다.

스피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

식당이 있는지 확실치 않고, 있어도 비쌀 것 같아서 아/점을 든든히 먹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바나나, 요거트, 치즈, 삶은 계란,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보통은 이 중에 하나만 먹거나 안 먹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을 오니 생존 본능에 더 충실해진다. 스파까지 도보로 20분, 어젯밤 더워서 선풍기를 틀었던 것처럼 온도가 높은 날씨에 배가 너무 불러서 땀을 흘리며 도착했다. 본격적 스파를 즐기기 위해 먼저 한 바퀴 돌면서 동선을 파악했다.

날은 흐렸고, 곧 비도 쏟아졌지만 물 안은 따뜻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룸이 많아서인지 북적거린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말했고 책을 읽는 사람도 꽤 많았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았고, 살짝 추워지면 건조나 스팀 사우나에 들어가서 몸을 녹였다. 가지고 간 책을 읽었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그란 의자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앞에 펼쳐진 잔디에서 들꽃 냄새가 났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눈과 비 등 날씨에 상관없이 오픈하는 곳인데 눈이 오는 풍경도 멋있을 것 같았다. 내가 싫어하는 두 가지가 비 오는 날, 그리고 비 오는 날 밖에 돌아다니는 것인데 오늘은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면서 싫어하는 목록에서 제외시켜 주기로 했다.

천정에 메달린 동그란 의자, 집에 사다놓고 싶을 정도였음

살면서 싫은 것보다는 좋은 것이 더 많아지기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더 많아지기를…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비를 맞으며 물에 떠 있는 내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컴퓨터 앞에 뻑뻑해진 눈과 사막처럼 갈라진 내 영혼에 비와 물이 촉촉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4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각각의 룸 컨셉을 좀 더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아로마 향이 있는 룸이라던지, 특이한 나무로 만든 방이라던지… 참고로 가운과 타월은 제공해 주고 슬리퍼와 물통은 가져가지 않았으면 구입할 수 있다. 샤워실에 샴푸, 린스는 있지만 로션은 없어서 가지고 간 핸드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쳤다. 아쉬운 마음에 상점 몇 군데에 들려 사진을 찍었고, 숙소 근처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꽃들도 담아보았다. 꽃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데 나도 곧 있으면 꽃 속에 들어가서 사진 찍는 나이가 되겠지…


시간은 흐른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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