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bec 더 나은 사람

성 안느 드 보프레 성당 & 몽모랑시 폭포

by Sally Yang

원래는 일요일 밤 비행기로 퀘벡에 도착해야 했던 남편은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토요일 비행기로 티켓을 잘못 구매하는 바람에 (출발 전 날까지도 몰랐음) 8시간 운전해서 퀘벡에 왔다. 하루 전날이라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표가 너무 비쌌다. 나는 구입했던 비행기 티켓, 퀘벡에서 몬트리올 가는 기차, 몬트리올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기차 그리고 렌터카까지 모두 캔슬했다. 직전에 캔슬했기 때문에 전체 다 리펀 받지 못했지만 부분적이나마 돌려받을 수 있었다.



장시간 운전에 피곤한 남편을 늦게까지 자게 두고, 숙소에서 아점을 대충 해먹은 후 성 안느 드 보프레 성당에 갔다. 1635년 건립되었지만 화재로 소실된 후, 1923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17세기 초반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난파된 배의 선원이 세인트 안느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이 성당을 지어 봉헌하고 그녀를 기념했다고 한다. 고딕양식과 절묘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아름답게 지어진 이곳은 세인트 안느의 동상을 비롯해 벽과 천장에는 그의 행적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 성당 주변의 별관과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보여주는 동상들도 산책로를 따라가며 둘러보았다.


성당에서 나와 커피를 사러 간 곳에 농장에서 바로 가지고 나온 듯한 딸기를 파는 곳이 있어서 $5에 구매했다. 직접 농사한 것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불어로 대답해서 씻지 않고 먹어도 된다는 말만 겨우 알아들었다. 미국의 무 같은 딸기와는 차원이 다른 예쁘고 향이 좋은 딸기를 차 안에서 다 먹었다.



성당과 가까운 몽모랑시 폭포로 이동. 83미터로 떨어지는 이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크다고 한다. 짚라인이 있어서 타보고 싶었는데 운영을 하지 않았다. 케이블카는 다녔지만 타지 않았고, 폭포 가까운 쪽으로 중간 정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가서 보고 왔다. 폭포의 물이 바람과 함께 기분 좋게 얼굴에 닿았다.



폭포에서 다리만 건너면 오를레앙 섬이라서 계획한 대로 남편을 데리고 갤러리를 갔다. 혼자 갔을 때는 비가 와서 사람이 없었는데 날씨가 맑으니 빨간색 지붕과 노란색 테라스도 더 선명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 풍의 성당을 보여준다고 들렸는데 저녁을 먹으려 했던 와이너리가 5시에 문을 닫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 닫기 5분 전에 도착, 겨우 선물용 로즈 와인만 구입할 수 있었다. 어차피 월요일은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니, 어차피 화덕 피자는 먹을 수 없는 운명이었다 (퀘벡은 월요일에 문을 닫는 곳에 꽤 많다).



아쉬움을 달래주고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Chocolaterie de l'Ile d'Orléans 갔다. 길을 다닐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장을 봐서 숙소에서 해 먹기로 했다. 비록 냉동 피자지만 로컬에서 만든 것으로 구입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어제 하루종일 운전한 남편 대신 오늘은 내가 운전기사를 자청했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후 남편은 이어폰을 끼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밥을 먹다가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으니 좋다. 며칠 전에 다 읽은 책, 캔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에서 여주인공 에디는 함께 있어주는 루이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만나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어요”


비록 비행기 표를 잘못 구매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티브이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긴 시간을 두 번만 쉬고 운전해서 이곳으로 온 그에게 나도 몇 번이나 읽고 다시 읽었던 그 문장으로 답해준다.


당신을 만나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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