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ive yourself!
나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이직한 A는 미국 은행을 다니다가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어서 한국계 은행으로 갔다. 한국 회사는 처음 다녀본 A는 전공도 finance나 account 쪽이 아닌 데다가 나이도 상사보다 많아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Probation 기간이라 명명하는 기간 동안 본인의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소위 안 잘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아무도 일을 가르쳐주거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없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막한 백지를 앞에 두고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만 나는 사무실에서 질문하는 것조차 금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나에게 주아진 타이틀은 Trainee인데 언제 그 딱지를 뗄지는 모르겠지만 6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하니 나의 운명도 그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의 큰 회사는 트레이닝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교육시켜 놓은 직원을 일 좀 못한다고 해고하지는 않는다. 2주 동안 스케줄 되어 있는 온라인 교육을 아직 다 마치지 못한 나는 이번 달 안까지 끝내기 위해 매일 여러 개의 클래스를 듣고 있다.
어느 곳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어느 곳은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주어서, 이직 후 한 달 된 우리는 다른 이유로, 그러나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는 외계인처럼 다른 우주 속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A는 한 달 기념 리뷰를 했는데 이렇게 하면 계속 있을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방향이라도 알려주면 좋으련만 그건 알아서 찾아야 한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실수하는 게 싫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바보가 된 기분에 사로 잡혔던 나는, 나름대로 스트레스에서 비껴갈 길을 찾았는데,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나는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서 누군가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 실망하거나 섭섭해한 적이 많았다. 지난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침마다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출근한다.
1. 100%를 쓰지 않는다 (20% 정도의 에너지를 남겨두어야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다)
2.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다 (직장은 직장일 뿐 내 삶 전체가 아니다)
3.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듣기 싫은 소리 들었다고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추가한다.
4. 실수를 했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용서해 준다 : Forgive yourself!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