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첫 직장을 갖게 된 Y는 전공과는 상관없는 물류 회사에 취직했다. 전공이 나와는 다른 분야지만 Art 쪽이라 정규직을 찾기 쉽지 않았고, 프리랜싱으로 하는 일들은 매달 생계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개월을 다닌 후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퇴사, 평소 관심이 많았던 커피가 좋아서 일단 커피숍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았다. 혼자 로스팅과 바리스타 관련 공부를 하면서 열심을 내었고, 사장의 마음에 들어 풀타임 직원으로 고용되었다. 결혼 3년 차인데 집을 살 계획으로 직장에 다니는 와이프와 함께 매달 저축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나의 20대는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첫 직장은 회사 홍보실, 그리고 광고회사, 이벤트 회사, 미용실 홍보 담당, 잡지, 신문사 기자를 거쳐 마지막 한국을 떠나기 전 직업은 부동산 관련 잡지를 만드는 곳이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고자 방황했던 20대가 나에게도 있었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반드시 드러날만한 업적이나 명예, 돈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별 볼 일 없어도 그 시절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과감한 선택을 하기에는 다소 걸리는 것이 많은 내가 되었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명명백백한 현실 앞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이 인생인 것을.
나 스스로 뒤집지 못하는 인생인데 누가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을까.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