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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Mar 21. 2024

아이스크림

3녀 중 둘째였던 나는 한 살 터울 언니와 세 살 어린 동생 사이에서 눈치와 생존을 위한 양보와 배려를 배우며 독립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다. 집에 남은 아이스크림이 2개밖에 없을 때 엄마는 나를 조용히 불러서 너는 나중에 먹어도 되지? 언니랑 동생에게 양보할 수 있지?라고 하셨다.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던 나는 늘 뭐든 괜찮다고 답했다. 자신의 결정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배웠다. 나는 내게 주어진 상황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정면돌파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숨겨놓은 조커를 내밀 때처럼 비장의 무기를 써서 위기를 탈출하고 외강내강의 멘탈로 잘 버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하는 절벽 앞에 서서 뛰어내릴 수도 뒷걸음칠 수도 없는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나의 캐릭터와 맞물려 내가 펼쳐놓은 게임들이 내 발등을 찍었으니 승패의 결과를 덤덤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인생의 크고 작은 경험들을 게임처럼 단순하게 승리 or 폐배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상황을 탓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감당할 수 없는 지나친 배려로 스스로를 번아웃이 올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내가 덜 다칠 수 있게 스스로를 감싸 안을 줄도 알아야 한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절벽까지 몰아치며 책임져야 한다고 다그치치 말자. 이만하면 됐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그러니 못하겠다고 말해도 된다고…


지금은 내가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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